헤드라인▽
생명과 평화 세상에 꽃 피우자
23일 낮12시 포로수용소유적공원 위령제
전쟁희생자 명복 빌고 화해와 상생 다짐
작성 : 2004년 06월 23일(수) 16:00 가+가-

23일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에서는 의미있는 위령제가 열렸다

부디 기다리소서 편히 쉬소서
박남준 시인
그렇게 힘이 들었던가/ 여기 이 자리에 모이기까지 반세기가 넘었네/ 여기 이 자리, 때로 눈보라의 길을 걸었네/ 비바람의 길을 걸었네
그 길가, 옛날의 피 흘리던 산천에도 피고 졌을 진달래꽃 피고 지고/ 산철쭉 꽃 피고 지고 원추리 꽃 무리무리 길을 따라 거제도까지 왔네 /걸어온 그 산과 들녘/ 작은 마을 앞을 흐르는 개울과 강과 섬들의 바다/ 강대국들의 야욕에 눈멀어 내몰린/ 민족 상잔의 전쟁이 남긴 아픈 상처들 비켜가지 않은 곳 없었네/ 배어있지 않은 곳 없었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내 부모 형제들이/ 내 이웃이, 그 이웃의 이웃들이 마을 마을의 친척들이/ 이 땅, 이 나라의 어느 뉘라서 그 아비규환의 날들 벗어날 수 있었겠는가
고통은 언제나 살아남은 자의 몫이었네/ 변명의 넋두리는 늘어놓아 무엇하리
잘못이라면 그건 어느 누구의 책임에 있는 것이 아니네/ 냉전의 이데올로기 좌와 우, 어느 한쪽만이 아니네/ 제국주의 미국이나 구 소련과 중국, 이런저런 나라의 탓도 아니네/ 이제 와서 누가 누굴 탓하겠는가/ 시기심과 미움과 욕심 때문이었네/ 나와 너를 금을 긋고 분별하는 마음 탓이었네/ 서로를 존중하지 않으려는 이기심 때문이었네/ 깨어나지 못한 모든 사람들의 마음 때문이었네/ 더불어 함께 살지 않으려는 우리들 모두, 못난 사람들 때문이었네
거제도여, 거제의 산과 들녘 모든 바다여/ 아물지 않은 상처는 닦아주고 꿰매어주며/ 지나간 허물은 뉘우침으로 인해 덮어주고 끌어안아 주는 것/ 거제의 산과 들녘 지심도 건너 바다며 칠천도 앞 바다/ 모든 거제바다에 수장 당한 민간인 희생영령들이여/ 포로수용소에서 죽음 당한 영령들이여/ 낯선 이국의 땅에서 죽음 당한 유엔군의 영령들이여/ 모든 좌익의 이름으로 죽음 당한 영령들이여/ 모든 우익의 이름으로 죽음 당한 영령들이여/ 한 포기의 풀, 한 그루의 나무, 한 마리의 새, 전쟁의 참화 속에 짓밟히고 쓰러져간/ 이 땅의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의 넋들이여
압록강과 두만강과 한강과 낙동강과 섬진강의 이름을 감히 청하여/ 이 자리 뉘우침과 참회의 고개 숙이네/ 백두산과 묘향산과 한라산과 지리산의 이름을 간절히 부르며/ 여기 엎드려 술 한잔 부어 올리네 큰절을 올리네
용서와 화해로 가는 내일이 아니라면/ 저 산, 저 강과 들녘, 저 바다위로 다시 해가 뜬 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생명과 평화로 가는 오늘의 다짐이 아니라면/ 분단된 조국, 민족통일로 가는 길이 아니라면/ 어떤 용서와 화해가 우리에게 필요하겠는가
영령들이여 당신들의 아픈 이름 하나 하나의 위령비가 거제 땅에 새워지고/ 분단된 조국의 통일이 오는 날까지/ 생명과 평화의 세상이 꽃 피워지는 날까지/ 부디 기다리소서 편히 쉬소서
<박남준 시인>
금강사다도회원들이 헌다하고 있다

생명평화 민족화해 위령제
'한국전쟁'일을 이틀 앞둔 23일 낮 12시 거제도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서 의미 있는 위령제가 열렸다.
생명평화 민족화해 거제도 위령제는 한국전쟁 민간인학살 거제유족회, 재향군인회, 범종교계,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주관했으며 지난 18일부터 7박8일간의 일정으로 거제를 순례하고 있는 생명평화 탁발순례단도 참여했다.
특히 그동안 서로 다른 역사해석의 차이로 자리를 함께하지 못했던 민간인학살거제유족회 유족들과 재향군인회 회원들이 자리를 함께해 이 땅에서 숨져간 전쟁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화해와 상생을 다짐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매우컸다.
기독교, 불교, 원불교, 성공회 등 종교단체들도 생명평화라는 시대적 사명에 동참하는 위령의례를 행했다.
도법스님은 “한국전쟁일을 앞둔 오늘 한국전쟁의 모순과 비극을 담은 현장에 서있다. 좌.우익 모두를 위해 위령제가 마련됐다” “내려놓기가 어렵고 어렵겠지만 부모세대의 비극을 분노와 증오의 논리로 풀어가서는 안된다” “이제는 어디서부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지 차분하게 생각할때다. 오늘의 위령제가 과거 희생자를 위로하는 것만이 아니라 두 번다시 이땅에서 전쟁의 비극을 겪지 않도록 분노를 내려놓는 평화의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고 말했다.
위령제에는 재향군인회회원들과 민간인학살유족회 회원들이 참석했다

재향군인회측과 민간인학살거제유족회도 추도사를 통해 서로 다른 역사적 해석을 내놓기도했지만 모두가 희생자라는 점에서 고인들의 명복과 평화를 기원했다.
모닝뉴스 기자 webmaster@morningnews.or.kr 기사 더보기
많이 본 뉴스

정치의회

자치행정

조선경제

문화예술

이슈/기획

우리동네

길따라칠백리

“웨딩의 꿈, 거제 지심도에서 이루세요”

경남도(도지사 박완수)는 ‘자연과 함께하는 웨딩·휴양섬’ 거제 지심도에서 리마인드 결혼식을 올리며 특별한 순…

  1. [구성옥의 산행일기] 느재고개
  2. 눈호강 입호강, 상춘객 사로잡을 거제 봄꽃 나들…
  3. [구성옥의 산행일기] 장기 바위

일상에서

[윤석봉 코너] “내 마음에 내가 속지 않는 것…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풍요로운 가을 문턱에 접어든 요즈음, 대한불교천태종 장흥사(주지 세운 스님)에서는 한 …

  1. [구성옥의 산행일기] 동틀 무렵
  2. [봄이 오는 길목] 까치집
  3. [산행일기] 숲 속의 벤치

기사 목록

모닝뉴스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