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라인▽
[사건파일] "뺑소니 범인은 반드시 잡힌다"
동부 뺑소니 사건 시민 ‘경악’
거제경찰서 뺑소니 전담반 사건 해결
작성 : 2005년 04월 13일(수) 16:54 가+가-

범인 임씨가 조사를 받고 있다.

거제경찰서가 DNA 유전자 감식을 통한 과학수사로 택시승객 살해사건의 범인을 밝혀낸데 이어 자칫 미궁에 빠질뻔한 뺑소니 사건을 치밀한 추적수사로 발빠르게 해결하는 개가를 올렸다.
지난 5일 거제시 동부면 구천 평지마을에서 교통사고 가해자가 사고를 숨기기 위해 피해자의 사체를 불태우는 사건이 발생 거제시민들을 경악시켰지만 "뺑소니 범인은 반드시 잡힌다" 는 또 하나의 교훈을 남겼다.
수사를 맡은 경찰은 물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 과장도 “교통사고 후 가해자가 불 태운 피해자의 뼈 조각을 감정하기는 처음” 이라고 밝힐 정도로 전례를 찾기 힘든 이번 사건에 대해 시민들은 “가해자가 정신이상일 것” 이라는 추측을 내놓을 정도로 충격이 됐다.
자칫 수사시기를 놓쳐 미제로 남을 뻔한 이 사건의 전모가 밝혀진 것은 거제경찰서 뺑소니 전담반의 적극적인 수사가 한 몫을 했다.
사고 어떻게 일어났나
숨진 이모씨(68.여)는 사건당일인 5일 맥반석 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남편 진모씨와 함께 텃밭에서 키운 시금치, 파 등 채소를 시장에 내다팔기 위해 고현으로 나왔다.
남편 진씨가 치료를 마친 시간은 오전 10시, “진씨 종친회가 있는 학동에 다녀 오겠다” 며 “저녁에 집에서 만나자” 고 한 말이 진씨가 부인에게 해본 마지막 인사가 됐다. 이날 밤 8시께 (구)구천분교에서 1.4㎞ 떨어진 언니집에 놀다가 집으로 향하던 이씨의 행적이 끊어졌다.
아내가 언니집에서 놀다 집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전화로 확인한 진씨는 이씨의 늦은 귀가가 동네에서 놀다 오는 것 쯤으로 믿고 잠이 들었다.
진씨는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도 이씨가 집에 없자 하루종일 친척집과 동네를 수소문하다 결국 이날 밤 11시쯤 남부파출소에 가출인 신고를 하게 된다.
진씨는 사건 이틀째인 7일 아침 언니집을 다녀오던 이씨가 혹시 풀밭에라도 쓰러졌나 싶어 도로를 거슬러 올라가다 사고지점 풀밭속에서 처제가 아내에게 선물한 농악놀이 문양이 있는 신발과 자신이 경찰서 보안요원을 지낼 때 경찰서장으로부터 받아 아내에게 선물한 시계, 부서진 장 바구니 조각을 찾아냈다.
뺑소니범 수사 하룻만에 범인 검거
뺑소니전담반 최신섭 경사
진씨는 이 사실을 남부지구대에 신고했고 이때부터 이씨의 실종사건은 단순가출이 아니라 교통사고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뺑소니라는 확신이 서자 수사는 급진전한다. 거제경찰서 관내에는 “뺑소니 사고는 반드시 잡힌다” 는 말이 정설처럼 남아있다. 거제경찰서에는 13년간 뺑소니 교통사고를 전담한 최신섭 경사(44)가 버티고 있는 전담반이 있었다.
남부지구대의 보고를 받은 거제경찰서는 이날 오전 11시께 기동타격대까지 동원 이 일대를 이 잡듯 뒤진 끝에 유류품과 차량의 전조등 조각을 발견하게 된다.
최 경사는 동료 진명철 형사와 함께 곧바로 본격적인 뺑소니 범 검거에 나섰고 자동차 부품상에서 전조등이 k사 차종이라는 것을 확인, 지역내 13개 정비공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최 경사는 옥포에서부터 장승포, 거제, 동부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시내중심인 고현 H정비공장에서 사고차량을 발견했다. 차 유리를 교체하려는 순간에 11번째로 들린 이 곳 H정비공장에서 사건이 풀렸다.
최 경사는 “푹 파인 유리와 깨진 백미러, 전조등으로 미뤄 직감적으로 사고차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 말했다. 차량 앞 범퍼에서 찾아낸 피해자의 장바구니 조각이 또 하나의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뺑소니 전담반은 곧바로 범인 검거에 나서 임씨를 집앞에서 잠복 끝에 붙잡았다. 임씨가 만약 사건 다음날 사고현장에서 유류품을 치웠거나 뒤늦게 정비공장에 도착했다면 수사는 미궁에 빠질 수도 있었던 사건이었지만 최 경사의 발 빠른 추적이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됐다.
임씨 사고는 피해자 위치는 함구
이번 사건을 추적한 최신섭 경사와 진명철 형사
경찰은 임씨로부터 사고전말을 시인 받는데 애를 먹었다. 사고는 시인했지만 임씨는 피해자에 대해서는 묵비권을 행사했다.
“뭐가 쿵 했다. 잘 못해서 사고를 냈다고는 하는데 통 입을 열지 않았다” “심지어 계장님을 비롯해서 우리서 모든 과장님이 나서서 온갖 방법으로 달래고 설득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최 경사는 “피해자를 확인하는게 급선무였는데 임씨가 도무지 입을 열지 않았다” 고 말했다. 9일 아침 피해자의 남편인 진모씨가 직접 임씨에게 “할매가 죽은 줄은 아는데 얼굴만이라도 보게 해 달라” 고 사정했지만 임씨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임씨 정신지체장애 동생이 걱정됐다
임씨는 정신장애를 앓는 동생을 걱정하는 경찰의 설득에 결국 범행을 자백했다. 동생과 단둘이 살아온 임씨, 사고로 동생을 돌 볼 수 없게 됐다 는 것이 짐이 됐는지 “동생이 장애인 수용시설에서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겠다” 는 경찰의 말에 임씨는 “유족들에게 돌려줄 것이 없다” 며 처음 입을 열었다. “불에라도 태웠느냐”고 묻자 “태워 뿌렸다”고 모든 것을 자백했다.
임씨 엽기적 범행의 동기는 무엇
10일 뺑소니 사고를 낸 뒤 사체를 불태우고 뼈 조각을 자신의 논에다 뿌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사체오욕 등의 혐의로 구속된 임모씨의 사고는 우발적이었다.
임씨는 이날밤 동부면 자연예술랜드에서 유천방향 150m 지점에서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동생과 먹기 위해 주문한 통닭을 찾으러 1톤 포터트럭을 운전해 가던 도중 집으로 귀가하던 이씨를 발견하지 못해 치어 숨지게 했다.
임씨는 사고 직후 사망했는지 여부를 확인했고 이씨를 짐칸에 실은 후 다시 한차례 더 확인했다. 임씨는 이씨가 숨진 사실을 안 후 집에서 70m 정도 떨어진 논에 볏짚으로 덮어두고 다시 동부에서 주문한 통닭을 가지고 와 동생에게 먹인 것으로 경찰 조사과정에서 드러났다.
임씨는 때마침 TV를 통해 강원도 양양과 고성 산불을 보는 순간 증거 인멸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씨는 이씨의 사체를 다시 집 뒤뜰로 옮겨 다비식을 하듯 소나무 장작더미위에 올려 태운뒤 다음날 집에서 1.4㎞ 떨어진 자신이 임대 경작하는 논에 뿌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두 번의 결혼실패와 정신지체장애인 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등의 부담감이 있지만 버섯재배로 1억원 정도의 돈을 모았고 영농후계자와 마을이장까지 지낸 임씨가 교통사고를 일으킨 후에 선택한 길은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경찰은 임씨가 교통사고에 대한 상식이 너무 없었고 사고 직후 극도의 공황상태에 빠졌지만 정신지체를 앓는 동생외에는 가족이나 의논 상대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 이같이 끔직한 상황으로 몰아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날 농약을 먹고 자살하려고도 했었다” 며 “범행자백 후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는 임씨, 11일 현장검증에서 무릎을 꿇고 유족들에게 때늦은 사죄를 했다.
교통사고로 인한 과실치사는 보험에 가입한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할 경우 불구속 수사를 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완전범죄를 노린 임씨의 끔찍한 죄성은 결국 특가법상 사체유기, 사체오욕에 해당돼 10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에 해당되는 처벌을 받게 됐다.
모닝뉴스 기자 webmaster@morningnews.or.kr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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