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몇 통화씩 전화가 걸려옵니다”
장목면 관할인 거제경찰서 북부지구대 소속 경찰관들과 장목면사무소 직원들이 때 아닌 ‘루머소동’ 에 홍역을 앓고 있다.
“장목면에 사는 치매할머니가 삼계탕을 먹고 싶어하는 며느리에게 준다며 태어난지 3개월된 손주를 삶았다”는 소문 때문이다
‘헛소문’ 이라는 해명에도 소문은 날개가 달린 듯 “황포에서 그랬다 카더라”, “구영이라 쿠데”, “칠천도라 안카더나” 라며 옥포에서 신현을 거쳐 거제면으로 까지 이 마을 저 마을을 옮겨 다니며 살아 날뛴다.
치매할머니의 삼계탕 소문은 단순한 납량시리즈 차원을 넘어 사회적 불안요소로까지 등장하고 있다. 멀리 충청도에서까지 “경찰이 사건을 숨기고 있다는데 언론사에서 진실을 가려달라” 는 제보전화까지 걸려올 정도다.
최근에는 “내가 아는 사람이 잘 아는 경찰에게 물어봤는데 진짜라 카더라” 며 루머가 부풀려지고 있다.
장목면 사무소 민원계장은 “면사무소에도 같은 내용을 묻는 전화가 걸려온다” “장목면에서는 올해 질병이나 사고로 죽은 3살 미만 영.유아도 없다” 며 “가공된 루머라고 일축했다.
카더라식 루머양산이 계속되자 지역신문들도 시중에 떠도는 실체없는 괴담의 진실을 알리고 있지만 입소문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교통사고 후 장작더미에 사체를 올려놓고 불태운 동부면 노파사체오욕사건, 여 생활설계사 납치 살해, 둔덕면 노파 살인사건 등 최근 수년간 거제지역에서 발생한 죄성의 악함과 거미인간 처럼 가스배관을 타고 오르는 밤털이, 낮 털이 등 주택전문털이, 퍽치기 등 흉흉한 민심을 비집고 들어온 엽기적인 루머가 새로운 사회적 불안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사회학자들은 카더라식 루머는 사회적 변화에 민감하며 특히 지역사회가 불안정(사회적 경제적)한 경우와 비판적 능력이 떨어지거나 도덕적 불건전 집단에서 확산이 빠른 특징을 보인다고 지적해 우리 사회의 건전성을 살펴볼 기회로 삼아야 할 처지다.
최근 지역주간지인 <새거제신문>은 시중에 떠도는 몇 가지 루머의 진실을 보도했다.
괴소문에 휘둘리는 사회 …
지난 21일 저녁. 평소와 다름없이 퇴근해 집으로 직행한 K씨(신현읍)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유난히 호들갑을 떨던 부인으로부터 자신의 귀를 의심할 만한 소름 끼치는 '소문'을 들었다.
부인이 낮에 만난 친구에게서 들은 얘기라며 들려준소문의 대략은 이러했다.
"약 한달전 쯤 신현읍 중곡동에 있는 한아파트 놀이터에서 초등학생 1명이 감쪽같이 실종됐다. 부모(아버지는 ㅅ조선 재직)는 거의 생업을 팽개치다시피 하며 아이를 찾아 백방으로 수소문했으나 허사였다. 실종 1주일째 되던 날, 애타게 찾던 아이가 제발로 불쑥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아이의 옆구리 부위에 전에 없던 길다란 흉터가 있어 병원엘 데려 갔더니 놀랍게도 아이에겐 콩팥이 없어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누군가가 아이를 납치한 뒤 마취시켜 콩밭제거 수술을 한 뒤 돌려 보냈다는 것이다"
이른바 장기밀매단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이같은 괴소문의 진상은 과연 사실일까.
기자가 다음날 거제경찰서에 확인한 결과 "그런 소문이 나돈다는 건 알고 있으나, 실제 이와 관련된 사건접수는 전혀 없었다. 현재까지의 정황으로 봐 뜬소문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같은 엽기적 괴소문은,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초 여름에도 내용은 다르지만 소름끼치기는 마찬가지인 괴소문이 지역내에 광범위하게 퍼진적이 있었다. "남편이 ㄷ조선에 근무하는 30대 중반의 주부 몇 명이 제주도로 관광갔다가, 현지에서 외간남자들과 어울려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돌아왔다.
얼마 후 그들(외간남자)이 거제도로 찾아와 그때 만났던 주부들을 불러 내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돌아갔다. 주부들 대부분도 가정파탄이 났다"1년전 나돌았던 괴소문의 요지다. 이 또한 경찰에선 근거없는 소문으로 일축했었다.
소문의 파장이 얼마나 컸던지, 경찰이 지역언론사를 직접 찾아다니며 근거없는 낭설임을 호소(?)할 정도였다. 이밖에도 지난 1년새 실체가 확인되지 않는 괴소문은 수도없이 나돌았다.
"노래방에서 도우미를 불렀더니 자기 부인이 들어오더라. 더군다나 속옷도 벗은 부인을 보고 격분해 현장에서 때려 죽였다더라" "모 지역에 있는 아파트에 귀신이 나와 아무도 살지 않는 유령의 집으로 변해 있다더라" "모 지역에 있는 빌라는 터가 쎄, 그 곳에 입주하는 사람마다 사고사로 죽는다더라"……
공동체 이질감이 괴소문 양산
잇따르는 괴소문은 '흉흉한 민심'을 대변하고 또 부추긴다. 역사가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전국 유일하게 IMF를몰랐다던 거제지역에서, 땅값상승율 경남 최고에다 조선경기 활황까지 겹쳐 '물 좋기' 로 소문난 거제에서, 끊임없이 확대재생산 되는 괴소문의 정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에대해 오랜 검사생활을 거친 진성진 변호사는 "소문은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수준과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잣대"라며 "양대조선 호황에 따른 외지인 인구비율이 많은 거제에서 구성원간 이질감은 갈수록 심화되고, 공동체 목표를 향한 구심점이 약화돼 있음을 반증하는 결과" 라고 풀이했다.
진 변호사는 또 "시민운동 차원에서 포용하는 사회문화를 만들어 가고, 사실에 대한 해석도 극단적 대립이 아닌 절충과 타협점을 찾는 선진의식 함양을 통해 이같은 불안을 해소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유력지 논설위원을 역임한 본지 유진오 대표이사는 "사람들이 소문에 현혹되는 것은, 확인된 소문이 공표된 정보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정보의 출처가 비밀스러울수록 더 설득력이 강한 '출처 불확정성의 우위'원칙에 휩싸이는 게 군중심리"라며 "거제사회에 이같은 소문이 횡행하고, 다수 시민이 이에 현혹돼 불안해 하고 있다는 점은 '구심점 상실에 따른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고 진단했다.
유 대표는 또 "뜬금없는 소문이 사실로 오인돼 확산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주민 스스로가 올바른 공동체 가치관을 갖도록 하며 행정조직 및 사회단체를 통한 민심 계도(啓導)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근거없는 소문이 필요이상으로 확산될 경우 관계기관의 조기 진위확인 및 사실홍보가 절실하다는 점도 덧붙였다.<새거제신문 전재>
경찰이 밝히는 카더라의 진실
몇 년전 형사계(현 강력팀) 근무시절에 필자가 취급한 부부싸움 사건이 엉뚱한 내용의 우스개소리로 각색되어 한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적이 있다.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야간에 식당 주방일을 나가던 40대 아줌마가 귀가시간이 늦어지면서 남편과 자주 다투게 되었는데, 어느날 아줌마를 사모(?)하던 한 50대 남자가 술이 덜 깬 채 아줌마 집앞에서 서성이다가 마침 출근하던 남편과 마주쳤으며, 급기야 주먹다짐이 되었고 분을 못참은 남편은 싸움을 말리던 아줌마의 옷을 벗기고 신체부위에 공업용 본드를 부어버리는 폭행으로 번져 두 남자가 함께 입건된 것이 사건의 전말이다.
그런데 이 사건이 마무리 될 무렵, 갑자기 이상한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경찰서에 진위여부를 묻는 전화까지 왔다. 남편이 바람피우는 아내의 신체 중요부위에 본드를 부어 병원으로 후송되었느니 어쩌니 하면서...
주변사람들에게 사실무근임을 아무리 설명해도 소문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기발하게 퍼져 나가더니 어느땐가 기억속으로 사라져갔다.
유언비어(流言蜚語). 사전적 의미로는 ‘아무 근거없이 널리 퍼진 풍설’ 또는 ‘터무니 없이 떠더는 말’ 로 되어있다. 경상도 말로 속칭 ‘카더라 통신’ ‘유비통신’이라고도 한다.
유언비어는 자연재해로 대재앙이 일어났을때 또는 전쟁으로 인한 혼란이나 사회적 불안이 여러 가지 위기상황에 놓였을때 그 위력은 엄청나다.
일부 사회학자들은 유언비어가 사회 병리현상이라기 보다 변동하는 사회변화에 대응하는 인간심리의 측면으로 해석하기도 하나, 안정과 건강이 결여된 집단이나 사회에서 그 위세를 떨치는 특징만은 부인할 수 없다.
또한 비판적 능력이 높은 집단보다, 낮은 집단에서 유언비어 유포량이 현저하게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는 그 집단의 건전성을 살펴볼수 있는 좋은 자료이기도 하다.
요즈음 우리 지역에 또 이상한 소문이 떠도는 모양이다. “어느지역에 사는 치매할머니가 삼계탕이 먹고 싶어 며느리가 일나간 새 갓난아기를 어떻게 했다” 너무 끔찍해서 경찰에서 발표도 안하고 방송에도 안나온다고 하니 참으로 기가 막힌다.
단연코 말하건데 우리지역에는 그런 사건도 없고 그와 비슷한 사건도 없는 유언비어에 불과하다. 우리 시민들이 그런 헛소문에 현혹되지 말았으면 한다. 요즈음이 어떤 세상인가. 경찰이 비밀을 지킨다고 그대로 묻혀지고 언론이나 방송에서 보도하지 않는다고 모를일이 있는가.
엊그제 최전방 GP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은 덜 끔찍해서 그렇게 난리를 쳤는지 되묻고 싶다. 올바른 사람이라면 쓸데없는 소문을 퍼트리고 불안을 조성하는 사람들의 비정상적인 심리상태를 오히려 위로해주고 건전한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경찰은 안정되고 건강한 지역사회를 위하여 시민들의 곁에서 더욱 친철하고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할 것임을 다짐한다.
서영천 거제경찰서 부 청문감사관
서영천 부청문감사관의 글은 거제신문 독자칼럼에도 게재된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