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라인▽
"중공업 사건에 대해 묻다"
생산력 향상이 능력과 직결되다 보니...
회사차원의 언어교육 신입때 고작
작성 : 2005년 10월 01일(토) 10:03 가+가-
지난 26일 관내 한 중공업에서 불미스런 일이 발생했다. 어린 작업 반장이 자신에게 막말을 하는 등 모욕을 줬다는 이유로 20살 이상이나 많은 직원이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번 사건의 단초는 인격모독과 그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본지 기자는 중공업 현장에서 일어나는 실상을 알아보기 위해 C, J, K, Y 등 평소 친분이 있는 지인들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단, 이 글에 대해 발생할 수 있는 혹시 모를 오해의 소지에 대해 이 글은 현장에 근무하는 몇몇 사람들을 통해 들은 이야기와 그들의 사견임을 사전에 밝힙니다...편집자)

생산력이 인격을 모독한다?
모처럼의 만남이 어떤 목적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일단의 목적인 현장에서의 막말과 인격모독의 실상에 대해 물었다.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완전히 근절되기는 힘들 것 같다”고 운을 뗀 C는 그 이유를 생산량 맞추기에서 찾고 있었다.
중공업 직영에 근무하는 직원도 그렇고 하청업체들도 그렇고 일단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생산량을 맞춰야 한다는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생산량 미달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을 재촉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가끔씩 막말과 인격모독적 언사가 오간다는 것이었다.
이런 C의 말에 K는 자신이 직접 겪었던 것을 이야기했다.
하청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K는 직영에 근무하던 학교 선배를 우연히 작업장에서 만나 알게 돼 호형호제하는 사이로까지 발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직영에서 현장을 지휘하는 선배와 그 현장 하청업체 반장으로 일하는 친구 사이에 일의 진척을 놓고 몇 번의 불상사가 발생하면서 둘 사이에 난기류가 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유인 즉 직영 현장 지휘자인 선배가 공기를 맞추기 위해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작업을 종용하는 과정에서 막말은 물론이고 사소한 일에도 트집을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는 호형호제하는 관계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고 오히려 K에게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한 인격모욕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K는 그런 모욕을 참기 힘들어 그 업체를 그만 두고 지금은 또 다른 조선소 내 하청업체로 이직한 상태다.
그렇지만 K는 그 선배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했다.
지금 근무하는 업체에서 작업반장을 맡고 있는 자신도 다른 직원들에게 막말을 할 때가 있다고 덧붙였다.
몇 번 작업일정을 맞추지 못하면 이는 곧 자신의 능력에 대한 평가절하로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다른 직장으로 옮길 때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작업 진척이 늦어질 때면 물량을 맞추려는 조급한 마음에 가끔 직원들에게 막말을 한다는 것이었다.
직영업체에 근무하는 C와 Y 또한 K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그 일정을 맞추는 것이 곧 자신의 능력을 나타내는 방편이고 이는 자신의 향후 연봉과 진급의 시금석이 된다는 설명이었다.
막말, 습관화에 대한 의심
직영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협력업체에 일하는 이들 또한 나름대로 자신들의 생각과 처지에 대해 설왕설래하는 과정에서 친분이 있다는 전제를 깔지 않으면 조금 듣기 거북한 언사들이 몇 번 오갔다.
‘나’라는 급부와 ‘너’라는 또 다른 급부가 공존하는 사회에서는 각자의 개성이라는 게 있게 마련이고 저마다의 이해 수준도 틀리게 마련이다.
이날 자리에 모인 이들이 만약 ‘기지(旣知)’라는 전제가 없었다면 그들의 얘기 중 가끔 튀어 나오는 욕설에 대한 상대편의 반응은 어땠을까.
“혹시 현장에서 일삼던 막말이 습관화 됐다는 생각 해 본적 없나?”.
직영에 근무하는 C, Y는 손사래를 쳤다.
“직영사람들은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이제 욕하고 그런 사람들 거의 없다”.
“거의 없다는 말은 일부 있다는 말이 아닌가?”.
“그러한 욕설을 통제할 수 있는 회사 차원의 장치는, 업무적성 교육이나 사내 예절교육은 어떻게 이뤄지나”.
추궁하듯 던지는 질문에 미안함을 가지면서도 저쪽의 반응을 살폈지만 회사차원의 장치란 없고 교육도 신입으로 입사할 때 한 것 외에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C와 Y는 분명 직영에서 막말이나 인격모독 같은 일은 거의 벌어지지 않는다는 말을 강조했다.
협력업체에 근무하는 J 와 K에게도 똑 같은 질문을 던졌지만 이들 또한 확답을 피하고 있었다.
모처럼 가진 만남을 어색하게 끝내지 않기 위해 더 이상의 추궁하는 듯한 질문은 피했지만 그들의 말은 일반인에 비해 거친 면이 있고, 또한 사내 교육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었다.
불붙은 게시판
이날 자리를 함께 하기 전 이 사건을 두고 사내 분위기는 어떤지 미리 알아 봐 달라고 J에게 미리 당부를 했다. J가 스크린 한 게시판의 내용은 대충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먼저 얼마 전 직장 상사로부터 무시를 당했다는 한 직원은 분이 풀리지 않아 그날 밤 잠도 오지 않았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한 일이 남의 일이 아닌 것 같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한 직원은 ‘협력업체 관리자 문제 많다’는 제목의 글에서 반원들에게 욕을 퍼붓는 반장에 대해 성토하고 있었다.
특히 같이 근무하는 여직원에게까지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는 그 반장의 각성을 촉구하는 이 글에 대해 다른 직원들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는 것.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댓글의 대부분은 글쓴이를 비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서로 각성하자는 글도 있었지만 글쓴이 대부분은 이 글의 주인공을 숨어서 글이나 올리는 비열한 인간으로 몰아 가고 있었다는 것.
J의 생각으로는 직영업체 직원이 협력업체 직원을 성토한 것에 대한 협력업체 직원의 보복성 댓글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그 글 자체가 직영은 잘하는데 협력업체가 문제라는 식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외에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각성하자는 말과 자신들이 현장에서 경험한 사례, 사건 당사자들에 대한 각종 글 등 이번 사건이 남의 일이 아닌 듯 갖가지 글들이 게시판을 장식하고 있다고 했다.
배종근 기자 mrmax@paran.com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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