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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쌀 농사꾼은 모두 죽어야 하는가
진휘재 거제농민회 회장 거제지역 쌀 문제 해법은 없나
작성 : 2005년 10월 26일(수) 14:16 가+가-

진휘재 거제농민회 회장

수십년간 유지되어 왔던 추곡수매제가 수입개방정책으로 인해 금년부터 공공비축제로 전환되면서, 시범운영이나 적응과정도 없이 2007년 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음에도 전면적으로 시행되어 버렸다.
정책입안자들의 배짱(?)과 졸속에 분통을 터뜨려 보지만 외곽변방의 끄트머리 섬에서 아무리 악을 써 본들 들리기나 하겠는가?
그 결과는 우려한 대로 수확기 쌀값폭락이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몰고 왔는데, 2004년 수확기 기준 161,630원/80kg이던 산지쌀값이 2005년 현재 13만원대로 약 3만원이나 폭락하였다. 농가입장에서는 농약값, 비료값, 인건비 등 모든 농비가 올랐는데도 쌀값은 폭락하였으니 죽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쌀농사 짓는 대부분의 농사꾼이 식량안보니 농업지킴이니 하는 거창한 구호 이전에 평생을 농사만 지어왔고, 또한 잘하는 것이 농사짓는 일밖에 없기 때문에, 그리고 인간이면 누구나 먹고 살아야 한다는 그 명제 하나로, 쌀농사는 여전히 자기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여태껏 지지리 고생을 하고서도 나름대로 자기가치를 확인하면서 살아 왔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 그 질긴 끈도 놓아야 될 때가 된 모양이다. ‘쌀의 가치’를, ‘먹거리의 가치’를 위정자도 정치인도 사업가도 심지어는 일부 국민들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양이다. 경제의 논리, 무역의 논리에 매몰되어 먹거리의 논리는 설자리를 잃어버리고, 농사꾼은 패배자로, 경쟁에서 뒤쳐진 낙오자로 낙인찍혀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도 다 사라져 가는 마당에 더 무슨 의욕이 있겠는가?
지난 17일에는 거제농민회가 전농 경남도연맹 주최하에 도청앞에 수천가마의 나락을 쌓아 놓고 쌀개방 반대와 공공비축제 폐지를 위한 나락야적시위에 동참하였다. 그나마 뭉쳐서 살아 보자고!
그리고 20일에는 쌀 판매촉진을 위해 거제농민회 임원들이 모 대형사업장을 방문하여 관계자들과 협의를 가졌는데, 그 결과 뒤로 넘어질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 2005년산 신곡기준 제시가격이 이미 20kg포대당 32,500원까지 떨어진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또 한번 충격을 받은 것은 미곡처리장의 산물벼 매입가격이 40kg조곡기준 4만원이라는 소식에는 아예 할 말을 잃어버렸다.
얼마 전까지도 쌀값은 납품가격이 37,000원/20kg이었고, 벼는 2004년 40kg포대기준 수매가가 특품은 6만원대 였음을 감안하면 그 충격의 강도는 농민들에게는 한마디로 날벼락이다.
미곡처리장의 매입가에 관하여서도 도내 미곡전문 생산지인 고성이나 함안 등지의 농협RPC에서는 42,000원 내지 43,000원에 매입하고 있으나 우리지역은 농협RPC가 없어 민간RPC가 매입하는 가격이 4만원으로 책정되어, 생산량은 훨씬 적고 소비여건은 월등히 나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 손해를 받고 있다.
벼 매입가에 관하여서도 시장가격에 연동시켜 결정한다고 하였으나, 역내 RPC가 하나뿐인 상황에서는 제대로 가격결정 시스템이 작동될 리가 만무하며, 또한 수십년간 유지되어 왔던 수매제의 틀에서, 갑작스럽게 시장경제의 논리가 적용된다고 그 기능이 제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또한 정부에서는 각 RPC에 쌀 매입 등 운영자금으로 수십억원의 자금을 지원해 주는 마당에, 이를 지도감독 해야 할 거제시가 현재의 가격결정 구조에 대해 사인간의 거래로 치부하여 방관자적 입장으로 일관함도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적절치 못한 처사라고 판단된다.
아직은 불쌍한 우리농민들이 수확의 막바지 피치를 올리느라 다른 일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러나 수확이 마무리되면 작금의 이 사태를 결코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양곡정책의 관리책임 당사자인 거제시는 민간 RPC에 대해서도 지도가격 제시 등 역할을 해주어야 할 것이고, 역내 농협들도 직접 RPC운영에 참여는 하지 않더라도 지역농협 존재의 바탕인 농민들의 충격을 덜어 준다는 의미에서 일정부분 짐을 덜어 주어야 할 것이다.
역내의 대형사업장들도 농민들의 어려운 형편을 헤아려, 개별적인 사정으로 거제쌀 채택에 애로가 있을 수도 있으나 대승적 차원에서 아픈 농심을 쓰다듬는 포용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직접 입으로 판단하는 소비자입장에서도,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구곡이 아니라는 전제하에(바닷가의 특성상 해풍으로 인한 바닷물 속의 미네랄 성분이 많이 함유되었으므로), 거제쌀의 밥맛이 더 좋다고 판단되나, 혹여 밥맛이 없다는 선입견이 있더라도, 애향심 내지는 지역사랑의 마음으로 맛있게 구입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어렵고 힘든 상황이며, 농민의 입장에서 지금의 농정제도 하에 쌀농사는 한마디로 폐농해야할 상황이나, 여하튼 생산된 쌀에 대해 판매에 애로를 겪는 농민들은 거제농민회로 연락하면 그 해결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할 것이다.
수확의 계절, 결실의 계절, 풍요의 계절에도 그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시리고 아픈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지만, 또 다가오는 내일을 준비하면서, 농업인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모닝뉴스 기자 webmaster@morningnews.or.kr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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