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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속에서도 한 생명 구할 힘을 주소서”
작성 : 2011년 12월 05일(월) 10:00 가+가-

사진 거제소방서

지난 3일 화재 진압에 나섰던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이재만 소방위와 한상윤 소방장이 숨졌다.

당시 구조대원 5명이 가장 먼저 도착해 인명구조와 화재진압을 위해 전시장으로 들어가 진화작업을 벌였으나 열기가 너무 세 일단 철수하기로 하고 빠져 나오다 두 대원이 참변을 당한 것이다.

이쯤되면 소방관에 대한 처우에 대해 국가가 나서야 하지 않을까. 1년에 평균 5명이 순직하고 각종 질병과 스트레스로 인해 평균수명마저 일반인보다 훨씬 짧다고 하지 않는가.

소방재정을 자치단체에만 맡겨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예전부터 있어왔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치권에서는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모든 정책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현행 제도가 우선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자가 몸 담고 있었던 <위클리거제>에서 지난 4월 ‘거제소방서 119구조대’ 현장 탐방 기사를 당시 원문 그대로 싣는다. 자기 한 목숨 시민을 위해 희생하는 이 땅의 모든 소방관들을 위해…….
 
소방관 처우 달라져야 한다…나라위한 희생 이젠 국민이 보답할 때

소방관은 늘 현장에 서 있다. 교통사고나 화재, 폭발사고, 자연재해 현장에서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한다.

그런데 그들이 달려간 현장은 늘 위험천만하다. 유독가스와 불길이 넘쳐나고 순간순간 건물 지붕이 붕괴되며, 과속차량이 목숨을 위협한다.

하지만 소방관들은 그런 현장 속으로 몸을 던져 위험에 빠진 시민들의 생명을 건져낸다. 때로는 늦게 온다는 이유로 취객으로부터 폭행당하기까지 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국민을 위한다는 ‘보람’으로 생활하고 있다.

소방관은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국민의 목숨을 살려내는 직업이다. 봉사와 희생정신이 없다면 결코 수행할 수 없는 일들이다.

화재 현장에서 동료를 잃어도, 혹은 자신이 큰 부상을 입어도 또 다시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게 바로 그들이다.

그러나 사회는 이들의 처우에 매우 인색하다. 박봉과 격무, 각종 질환에도 그저 업무의 성격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정부는 화재 진압현장에서 소방관들이 희생될 때면 그들의 안전과 처우의 개선을 약속하지만 그때뿐이다.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혹은 공무원 정원 동결 방침을 이유로 항상 공염불에 그친다.

그러는 사이 소방관들은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심지어는 업무 중 사고도 늘어만 간다. 격무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지고 판단력도 흐려지기 때문이다.

이들의 신분은 국가적인 일을 수행하고 있는 데 비해 지방직 공무원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지원을 받고 있으며, 화마 속으로 뛰어들어 화재를 진압하는 위험에 비해 쥐꼬리만한 위험수당을 받고 있다.

노후 장비를 정비에만 의존해 목숨을 맡기며 출동해 매년 전국에서 5명 정도의 아까운 목숨을 잃고 있다.

우리나라 남자 평균수명이 77세인데 반해 소방관의 경우 17년이나 적은 58.8세에 불과하다. 이들의 근무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충격적인 데이터다.

일본의 경우 소방관 1명이 담당하는 인구가 800명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1600명에 이르고 있으며, 근무 환경은 감히 비교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있는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수혜자인 국민들이 나서 처우개선을 해줘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누가 소방관을 천직으로 여기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목숨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소방관의 기도

소방관의 기도는 1950년대 말 미국 소방관 윌리엄 린에 의해 작성, 우리나라 소방서에서도 비치돼 있는 일종의 소방관 복무신조다.

앞에서도 밝혔듯 소방관들의 평균 수명은 58.8세. 이렇게 소방관들의 평균 수명이 짧은 이유는 각종 화재 현장에서 순직하는 경우와 퇴직 이후 각종 부상 후유증 등으로 2년 이내 숨을 거두는 경우가 많다.

일반 정무직 공무원에 비해서도 12년 정도 평균수명이 짧다. 소방관으로서의 삶이 물리적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들고 열악한지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소방관들이 날마다 가슴 깊이 새기고 마음을 잡았을 ‘소방관의 기도’를 그대로 실천하기에는 우리나라 소방관들이 처한 환경과 현실이 얼마나 열악하고 어렵는지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제가 업무의 부름을 받을 때에는 아무리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

소방관의 기도 첫 구절이다. 우리나라 소방관들은 ‘건물 안에 사람이 있어요’라는 얘기를 듣는 순간 본인의 목숨을 돌 볼 겨를도 없이 화염에 휩싸인 건물에 뛰어가는 모습에서 세상 어느누구 못지않은 투철한 희생정신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소방관은 화재 업무만 맡는 게 아니다. 모든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지키는 일이라면 언제 어디든지 달려간다.

벌집제거와 잠긴 문 따주기, 동물 구조, 아픈사람 응급실 후송, 각종 재난 상황에서 인명 구조 등 그 업무 범위가 상상을 초월한다.

목숨을 걸고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소방관들에게 더욱 서글픈 현실은 정작 본인이 업무수행 중 부상을 당하거나 순직하게 되는 경우 남은 가족들이 국가로부터 받는 보상기준과 수준은 형편없다.

화재진압 도중 부상을 당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소방관들이 자비로 치료를 받고 있다.

많은 소방관들이 무거운 장비를 들고 사람을 구조하는 것이 주요 업무이다보니 허리디스크를 포함한 근골격계 질환, 외상후 스트레스 등 온갖 질환을 앓고 있다.

이런 질병은 업무상 재해로 증명하기 힘들어 제대로 된 국가보상이나 보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소방관은 국가직 공무원이 아니라 지방직 공무원이 대부분이라 각종 지원이나 처우문제도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순직했을 경우 국가 유공자로 선정되는 기준이나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해 순직 가족들에게 슬픔을 돌볼 시간도 없이 현실적으로 또 다른 아픔을 주고 있다.

선망의 대상 미국 소방관

미국과 일본에선 남자 아이들이 소방관을 선망한다. 특히 미국 소년들은 압도적이다. 911 테러 이후 희망직업 1위 자리가 부동이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의 대사에서 보여지 듯 소방관은 남자의 대명사다. 소방관 배지를 단 사람은 어느 곳이든 무상통과고 주차단속도 받지 않는다.

미국은 소방관에 대한 사회인식부터 한국과 확연히 다르다.

미국에서 소방관이 ‘안전의 총체적인 책임자-Fire fighter’라면 한국에서는 소방관을 그저 ‘불 끄는 사람’ 정도로 인식한다. 미국에선 어린이들이 “소방관 아저씨가 되겠다”고 노래를 할 정도다.

한국 소방관에 대한 예우는 열악하기 그지없다. 소방관들이 이직을 원하는 주요 이유의 하나도 바로 낮은 사회적 평가다.

부모 10명 가운데 7~8명은 자녀가 소방관이 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 3D 업종 중에서도 부상과 사망의 위험이 단연 정상급인데다 사회적으로 그 공로와 중요성을 인정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출동․간식비로 받는 하루 수당이 불과 3000원. 한달 생명수당은 5만원, 과연 적당한 수준인지 의문이다.

목숨을 걸고 화마와 사투를 벌이는 이들에 대한 예우라고는 믿겨지지 않는다. 언제까지 소방관들의 희생과 인내, 용기만 치켜세울 것인가.

윤광룡 기자 기사 더보기

newseye2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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