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소방서 119구조대를 가다
작성 : 2011년 12월 05일(월) 10:23 가+가-

취재당시 119구조대원. 좌로부터 서찬원 소방장, 김태현 소방교, 정웅준 소방장, 정호길 구조대장.
지난 3일 화재 진압에 나섰던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이재만 소방위와 한상윤 소방장이 숨졌다.
당시 구조대원 5명이 가장 먼저 도착해 인명구조와 화재진압을 위해 전시장으로 들어가 진화작업을 벌였으나 열기가 너무 세 일단 철수하기로 하고 빠져 나오다 두 대원이 참변을 당한 것이다.
이쯤되면 소방관에 대한 처우에 대해 국가가 나서야 하지 않을까. 1년에 평균 5명이 순직하고 각종 질병과 스트레스로 인해 평균수명마저 일반인보다 훨씬 짧다고 하지 않는가.
소방재정을 자치단체에만 맡겨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예전부터 있어왔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치권에서는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모든 정책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현행 제도가 우선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자가 몸 담고 있었던 <위클리거제>에서 지난 4월 ‘거제소방서 119구조대’ 현장 탐방 기사를 당시 원문 그대로 싣는다. 자기 한 목숨 시민을 위해 희생하는 이 땅의 모든 소방관들을 위해…….
119 구조대원의 쉴 틈 없는 하루
일선 소방서마다 1개씩 편성돼 있는 119구조대는 화재나 물난리, 추락․교통사고 등 각종 재난현장에 출동해 인명을 구조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소방의 ‘특수부대’다.
위험하고도 긴박한 환경속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필요로 한다. 그런만큼 대원들은 대부분 특전사, UDT 등 특수부대에서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현재 거제소방서는 옥포안전센터 25명, 신현안전센터 25명, 장승포안전센터 16명 등 각 지역에 설치된 안전센터와 지역대 등에 155명의 소방관이 화재예방과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24시간 근무하고 있다.
소방의 특수부대라 불리는 ‘119구조대’는 정호길 대장을 포함해 10명의 구조대원이 3교대로 근무한다. 지역 안전센터와는 달리 관할구역이 거제 전 지역이다 보니 해상구조에서부터 산악구조 등 활동범위가 상상을 초월한다.
출동은 하루 평균 10여건. 많은 때는 20여건에 달한다. 사고는 예측불가다. 인명사고부터 집 열쇠 따주는 일까지 천차만별이다. 혼자사는 노인들이 위급할 때도 자주 출동해 도움을 준다.
지난 21일 오전 8시 30분, 거제소방서 119구조대 사무실. 구조대원들이 사무실로 속속 모여든다. 근무 교대시간이 30분이나 남았지만 언제나처럼 미리 출근해 구조차량과 화재진압장비들을 점검한 뒤였다.
이날 주간근무를 맡은 서찬원(42)․정웅준(41) 소방장과 김태현(34) 소방교는 “출동을 하지 않을때는 도상훈련(지도상에 모텔 주점 노래방 등 다중이용업소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을 하며 장비점검을 하는 등 항시 출동대기 상태를 유지한다”며 “특히 연차가 어린 대원들은 도상훈련을 통해 지리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한 일과”라고 말했다.
이어 정 소방장은 “다양한 형태의 사건사고들이 예고없이 발생하기 때문에 선배의 조언도 도움이 되며 스스로 위급상황에서 대처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야간 근무팀으로부터 전날 출동상황과 장비 등을 인수인계 받은 대원들은 대장의 지시사항을 듣고 오전 9시부터 본격적으로 업무에 들어갔다.
정호길 구조대장은 전날 야간근무에도 투입된 후 새벽에 잠시 눈을 붙이고 또 오전 근무를 위해 사무실로 출근했다. 구조대원 한 명이 소방특수교육 차 자리를 비웠기 때문에 대장이 그 자리를 대신 채워주고 있었다.
피곤하지 않냐는 질문에 “구조대 사정상 대원 한 명이 빠지면 그 자리를 누군가는 메워야 한다”며 “최소 3명이 한 팀으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나 아니면 다른 대원이 그 자리에 투입된다”고 말했다.
3명 1개팀 3교대 근무
거제소방서 119구조대는 대장 포함 10명이다. 이들은 3명의 대원이 1개팀으로 편성, 3개팀이 3교대로 근무한다. 이틀은 주간, 이틀은 야간, 이틀은 비번의 순으로 근무하고 있다.
주로 야간근무가 힘들다. 당연할 터. 야간에 취객난동부터 유흥주점이나 모텔 화재 등이 더 잦기 때문이다. 또 교통사고도 밤에 많이 발생한다.
정운준 소방장이 옆에서 한마디 거든다. “오늘은 출동이 별로 없을 거 같습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취재하러 오면 이상하게 그날은 조용하던데요. 오늘 별 재미가 없을 겁니다”며 웃는다.
이왕 취재하러 왔으면 당연히 취재량이 많으면 좋겠지만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닐테고 어떻게 보면 구조대 출동이 없는 게 사건사고가 터지지 않았다는 좋은 소식 아니겠는가.
정 대장을 포함, 3명의 대원들은 곧바로 교육장으로 이동했다. 혹시 모를 화학테러 교육과 긴급사태 발생 시 잠긴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진입하는 요령 등을 교육했다.
대원들은 교육도중 옥포2동 주택가에서 화재신고가 접수 돼 한차례 출동했다. 가스렌지 불을 끄지 않고 외출하는 바람에 찌개 타는 냄새와 연기가 흘러나오자 이웃이 신고한 것이다. 다행히 화재가 발생한 상황은 아니었다.
119구조대는 화재뿐 아니라 각종 안전사고 신고에도 출동하기 때문에 하루 10여 차례 출동은 다반사다.
화재로 인해 출동할 때는 두꺼운 방화복을 입고 공기호흡기를 비롯해 도끼 망치 손전등 안전모 로프 등 개인장비까지 챙겨야 하기 때문에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교육을 마치고 사무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출동벨이 울렸다. 장승포동 한 빌라에서 어린이의 손가락이 프린터에 끼는 사고가 발생했으니 조치하라는 지령이 떨어졌다.
다섯 살 남자 어린이였는데 부상을 거의 입지 않아 대원들은 함께 출동한 119구급차를 돌려보냈다.
장승포에서 본서로 바로 복귀하지 않고 이번에는 철탑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대우조선으로 향했다. 21일 현재 보름째 철탑에서 농성중이었다. 지난밤 거센 비바람이 몰아쳤지만 농성자의 건강상태는 양호해 보였다.
정웅준 소방장과 김태현(34) 소방교는 철탑아래 설치된 에어백을 점검하고 주위에 위험물질 유무를 확인한 후 임시천막으로 걸음을 옮겼다.
봄 날씨지만 이날은 바람이 세차게 불어 천막안에 조그만 난로에 불을 켰다. 훈훈하게 데워진 실내공기가 대원들의 긴장을 잠시 풀어주는 듯 했다.
명절 없는 119구조대
정호길 대장은 “지난해 거가대교가 개통한 뒤 관광버스의 크고작은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수년 전 일운 소동에서의 버스사고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제부터 관광시즌인데 버스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수시로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웅준 소방장은 “봄철을 맞아 관광객이 많이 찾을 것으로 보여 산악사고도 빈번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이 산악사고가 가장 빈번한 시기”라고 말했다.
산에 오를 때 땀이 차기 때문에 산행 도중 등산복을 벗고 오르다 정상에서 갑자기 체온이 내려가 위험해 질수 있다고 한다.
일례로 몇해 전 계룡산 등반 후 갑자기 쓰러진 40대 등산객을 구조하기 위해 출동했을 때도 덥다고 옷을 벗고 바람을 쐬다 등산객이 쓰러진 사건이다. 경남소방본부에 헬기를 요청했지만 강한 바람으로 인해 회항했다.
헬기로 이송하지 못할 경우 구조대원들은 등에서 식은땀이 난다. 등산객을 이송하는 방법은 2인 1조로 응급구조용 접이식 들것에 환자를 눕힌 후 최대한 빠른 시간에 산을 내려가는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옷은 땀으로 흠뻑 젖었고 다리도 후들거려서 어떻게 지상으로 내려왔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정 소방장은 그 때의 일을 회상하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119구조대는 설․추석과 같은 명절이면 대기상황의 연속이라 3일에서 5일 정도 쉬지도 못하고 항시 대기상태로 명절을 보낸다.
정호길 대장은 설과 추석 때 쉬어본 날이 하루였다고 했다. 직업상 내 임무를 다한다고 생각하면 크게 불만은 없지만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정 대장을 비롯 대원들은 철탑농성장 주변의 안전을 살피고 현장에서 근무하는 대원들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한 후 본서로 귀대하기로 했다.
119구조차에 몸을 실은 기자가 막 대우조선 서문 근처 국도를 지날 때 출동명령이 또 떨어졌다. 옥포 팔랑포 마을에서 한 남자가 낙상사고를 당해 다리뼈를 다쳤다는 신고였다.
대원들은 낙상사고에 대비, 차 안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현장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3분후 철수명령이 떨어졌다. 옥포센터에서 출동한 구급차가 이송했다는 것이다.
119구조대는 사건사고가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렇듯 한 순간도 숨쉴 틈 없는 긴장의 연속이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생사의 갈림길을 지켜보는 일은 두렵고 힘든 일이다. 119구조대는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순간에 이들에게 개입하는 것이다.
정 대장은 “죽고 사는 건 손바닥 뒤집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젊고 건강한 사람도 갑자기 죽을 수 있고, 10년 동안 몸이 아파도 계속 살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오늘 괜찮아도 내일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나는 죽지 않는다는 생각은 말아야죠.”
죽음의 문턱까지 간 사람을 살려내는 게 손바닥 뒤집 듯 쉬운 일은 아니다. “출동 명령이 떨어지면 가는 동안 전화를 건 가족이나 신고자에게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하도록 지시합니다. 현장에 가면 한 명은 환자에게 바로 뛰어가고, 나머지 대원이 장비를 챙겨 뒤따라 갑니다.”
환자의 심장이 뛰기 시작하면 더 바빠진다. “희열 같은 건 느낄 틈이 없죠. 살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이렇듯 수많은 생명을 살렸지만 눈 앞에서 목숨을 잃는 순간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정웅준 소방장은 자기 눈 앞에서 죽어가던 같은 마을의 학생을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교통사고 현장으로 출동한 정 소방장은 찌그러진 차량을 바로펴고 차문을 뜯어 사고자의 얼굴을 본 순간, 말문이 막혔다.
끝내 숨을 거뒀지만 지금도 출퇴근시 그 곳을 지나치면 학생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쓰리다고 했다.
구조현장에서 바라본 우리사회는 어떻게 변했을까. “사회가 점점 개인화 되는 것 같아요. 혼자 사는 노인들이 제때 연락을 못해 나중에 발견되는 애석한 일이 많아졌죠. 그리고 사이렌을 울리고 가도 전보다 길을 잘 안 열어줍니다.”
정 소방장의 말대로라면 우리사회는 구조할 수 있는 사람과 장비는 늘었는데 정작 급할 때 곁에서 신고하고 도와주는 사람은 줄어가고 있다는 것.
119구조대가 앞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다 효율적으로 지키기 위해서는 일반인의 관심과 아울러 국가적 지원도 더욱 확대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인적자원과 장비의 질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규모 측면에서 여전히 열세에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가 취재한 내용을 다 밝힐 순 없어도 119구조대의 고난한 삶과 힘든 하루를 느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하루 12시간의 근무를 같이 하지 못하고 오후 4시쯤 취재를 끝냈다. 이들의 노고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아직은 부족해 보였다. 사회적 인식도 선진국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3명의 대원이 1개팀을 이뤄 거제 전 지역을 관할한다는 게 다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더욱 기막힌 현실은 점심시간은 근무시간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이다. 구조대에 대한 인원보강이 절실한 이유다.
거제소방서 2층으로 가는 계단 한 쪽에는 “아무리 강력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중략) 제가 최선을 다 할 수 있게 하시어 저희 모든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지키게 하여 주소서”라는 문구의 ‘소방관의 기도’가 걸려 있었다.
윤광룡 기자 기사 더보기
당시 구조대원 5명이 가장 먼저 도착해 인명구조와 화재진압을 위해 전시장으로 들어가 진화작업을 벌였으나 열기가 너무 세 일단 철수하기로 하고 빠져 나오다 두 대원이 참변을 당한 것이다.
이쯤되면 소방관에 대한 처우에 대해 국가가 나서야 하지 않을까. 1년에 평균 5명이 순직하고 각종 질병과 스트레스로 인해 평균수명마저 일반인보다 훨씬 짧다고 하지 않는가.
소방재정을 자치단체에만 맡겨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예전부터 있어왔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치권에서는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모든 정책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현행 제도가 우선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자가 몸 담고 있었던 <위클리거제>에서 지난 4월 ‘거제소방서 119구조대’ 현장 탐방 기사를 당시 원문 그대로 싣는다. 자기 한 목숨 시민을 위해 희생하는 이 땅의 모든 소방관들을 위해…….
119 구조대원의 쉴 틈 없는 하루
일선 소방서마다 1개씩 편성돼 있는 119구조대는 화재나 물난리, 추락․교통사고 등 각종 재난현장에 출동해 인명을 구조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소방의 ‘특수부대’다.
위험하고도 긴박한 환경속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필요로 한다. 그런만큼 대원들은 대부분 특전사, UDT 등 특수부대에서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현재 거제소방서는 옥포안전센터 25명, 신현안전센터 25명, 장승포안전센터 16명 등 각 지역에 설치된 안전센터와 지역대 등에 155명의 소방관이 화재예방과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24시간 근무하고 있다.
소방의 특수부대라 불리는 ‘119구조대’는 정호길 대장을 포함해 10명의 구조대원이 3교대로 근무한다. 지역 안전센터와는 달리 관할구역이 거제 전 지역이다 보니 해상구조에서부터 산악구조 등 활동범위가 상상을 초월한다.
출동은 하루 평균 10여건. 많은 때는 20여건에 달한다. 사고는 예측불가다. 인명사고부터 집 열쇠 따주는 일까지 천차만별이다. 혼자사는 노인들이 위급할 때도 자주 출동해 도움을 준다.
지난 21일 오전 8시 30분, 거제소방서 119구조대 사무실. 구조대원들이 사무실로 속속 모여든다. 근무 교대시간이 30분이나 남았지만 언제나처럼 미리 출근해 구조차량과 화재진압장비들을 점검한 뒤였다.
이날 주간근무를 맡은 서찬원(42)․정웅준(41) 소방장과 김태현(34) 소방교는 “출동을 하지 않을때는 도상훈련(지도상에 모텔 주점 노래방 등 다중이용업소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을 하며 장비점검을 하는 등 항시 출동대기 상태를 유지한다”며 “특히 연차가 어린 대원들은 도상훈련을 통해 지리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한 일과”라고 말했다.
이어 정 소방장은 “다양한 형태의 사건사고들이 예고없이 발생하기 때문에 선배의 조언도 도움이 되며 스스로 위급상황에서 대처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야간 근무팀으로부터 전날 출동상황과 장비 등을 인수인계 받은 대원들은 대장의 지시사항을 듣고 오전 9시부터 본격적으로 업무에 들어갔다.
정호길 구조대장은 전날 야간근무에도 투입된 후 새벽에 잠시 눈을 붙이고 또 오전 근무를 위해 사무실로 출근했다. 구조대원 한 명이 소방특수교육 차 자리를 비웠기 때문에 대장이 그 자리를 대신 채워주고 있었다.
피곤하지 않냐는 질문에 “구조대 사정상 대원 한 명이 빠지면 그 자리를 누군가는 메워야 한다”며 “최소 3명이 한 팀으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나 아니면 다른 대원이 그 자리에 투입된다”고 말했다.
3명 1개팀 3교대 근무
거제소방서 119구조대는 대장 포함 10명이다. 이들은 3명의 대원이 1개팀으로 편성, 3개팀이 3교대로 근무한다. 이틀은 주간, 이틀은 야간, 이틀은 비번의 순으로 근무하고 있다.
주로 야간근무가 힘들다. 당연할 터. 야간에 취객난동부터 유흥주점이나 모텔 화재 등이 더 잦기 때문이다. 또 교통사고도 밤에 많이 발생한다.
정운준 소방장이 옆에서 한마디 거든다. “오늘은 출동이 별로 없을 거 같습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취재하러 오면 이상하게 그날은 조용하던데요. 오늘 별 재미가 없을 겁니다”며 웃는다.
이왕 취재하러 왔으면 당연히 취재량이 많으면 좋겠지만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닐테고 어떻게 보면 구조대 출동이 없는 게 사건사고가 터지지 않았다는 좋은 소식 아니겠는가.
정 대장을 포함, 3명의 대원들은 곧바로 교육장으로 이동했다. 혹시 모를 화학테러 교육과 긴급사태 발생 시 잠긴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진입하는 요령 등을 교육했다.
대원들은 교육도중 옥포2동 주택가에서 화재신고가 접수 돼 한차례 출동했다. 가스렌지 불을 끄지 않고 외출하는 바람에 찌개 타는 냄새와 연기가 흘러나오자 이웃이 신고한 것이다. 다행히 화재가 발생한 상황은 아니었다.
119구조대는 화재뿐 아니라 각종 안전사고 신고에도 출동하기 때문에 하루 10여 차례 출동은 다반사다.
화재로 인해 출동할 때는 두꺼운 방화복을 입고 공기호흡기를 비롯해 도끼 망치 손전등 안전모 로프 등 개인장비까지 챙겨야 하기 때문에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교육을 마치고 사무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출동벨이 울렸다. 장승포동 한 빌라에서 어린이의 손가락이 프린터에 끼는 사고가 발생했으니 조치하라는 지령이 떨어졌다.
다섯 살 남자 어린이였는데 부상을 거의 입지 않아 대원들은 함께 출동한 119구급차를 돌려보냈다.
장승포에서 본서로 바로 복귀하지 않고 이번에는 철탑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대우조선으로 향했다. 21일 현재 보름째 철탑에서 농성중이었다. 지난밤 거센 비바람이 몰아쳤지만 농성자의 건강상태는 양호해 보였다.
정웅준 소방장과 김태현(34) 소방교는 철탑아래 설치된 에어백을 점검하고 주위에 위험물질 유무를 확인한 후 임시천막으로 걸음을 옮겼다.
봄 날씨지만 이날은 바람이 세차게 불어 천막안에 조그만 난로에 불을 켰다. 훈훈하게 데워진 실내공기가 대원들의 긴장을 잠시 풀어주는 듯 했다.
명절 없는 119구조대
정호길 대장은 “지난해 거가대교가 개통한 뒤 관광버스의 크고작은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수년 전 일운 소동에서의 버스사고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제부터 관광시즌인데 버스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수시로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웅준 소방장은 “봄철을 맞아 관광객이 많이 찾을 것으로 보여 산악사고도 빈번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이 산악사고가 가장 빈번한 시기”라고 말했다.
산에 오를 때 땀이 차기 때문에 산행 도중 등산복을 벗고 오르다 정상에서 갑자기 체온이 내려가 위험해 질수 있다고 한다.
일례로 몇해 전 계룡산 등반 후 갑자기 쓰러진 40대 등산객을 구조하기 위해 출동했을 때도 덥다고 옷을 벗고 바람을 쐬다 등산객이 쓰러진 사건이다. 경남소방본부에 헬기를 요청했지만 강한 바람으로 인해 회항했다.
헬기로 이송하지 못할 경우 구조대원들은 등에서 식은땀이 난다. 등산객을 이송하는 방법은 2인 1조로 응급구조용 접이식 들것에 환자를 눕힌 후 최대한 빠른 시간에 산을 내려가는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옷은 땀으로 흠뻑 젖었고 다리도 후들거려서 어떻게 지상으로 내려왔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정 소방장은 그 때의 일을 회상하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119구조대는 설․추석과 같은 명절이면 대기상황의 연속이라 3일에서 5일 정도 쉬지도 못하고 항시 대기상태로 명절을 보낸다.
정호길 대장은 설과 추석 때 쉬어본 날이 하루였다고 했다. 직업상 내 임무를 다한다고 생각하면 크게 불만은 없지만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정 대장을 비롯 대원들은 철탑농성장 주변의 안전을 살피고 현장에서 근무하는 대원들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한 후 본서로 귀대하기로 했다.
119구조차에 몸을 실은 기자가 막 대우조선 서문 근처 국도를 지날 때 출동명령이 또 떨어졌다. 옥포 팔랑포 마을에서 한 남자가 낙상사고를 당해 다리뼈를 다쳤다는 신고였다.
대원들은 낙상사고에 대비, 차 안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현장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3분후 철수명령이 떨어졌다. 옥포센터에서 출동한 구급차가 이송했다는 것이다.
119구조대는 사건사고가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렇듯 한 순간도 숨쉴 틈 없는 긴장의 연속이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생사의 갈림길을 지켜보는 일은 두렵고 힘든 일이다. 119구조대는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순간에 이들에게 개입하는 것이다.
정 대장은 “죽고 사는 건 손바닥 뒤집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젊고 건강한 사람도 갑자기 죽을 수 있고, 10년 동안 몸이 아파도 계속 살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오늘 괜찮아도 내일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나는 죽지 않는다는 생각은 말아야죠.”
죽음의 문턱까지 간 사람을 살려내는 게 손바닥 뒤집 듯 쉬운 일은 아니다. “출동 명령이 떨어지면 가는 동안 전화를 건 가족이나 신고자에게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하도록 지시합니다. 현장에 가면 한 명은 환자에게 바로 뛰어가고, 나머지 대원이 장비를 챙겨 뒤따라 갑니다.”
환자의 심장이 뛰기 시작하면 더 바빠진다. “희열 같은 건 느낄 틈이 없죠. 살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이렇듯 수많은 생명을 살렸지만 눈 앞에서 목숨을 잃는 순간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정웅준 소방장은 자기 눈 앞에서 죽어가던 같은 마을의 학생을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교통사고 현장으로 출동한 정 소방장은 찌그러진 차량을 바로펴고 차문을 뜯어 사고자의 얼굴을 본 순간, 말문이 막혔다.
끝내 숨을 거뒀지만 지금도 출퇴근시 그 곳을 지나치면 학생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쓰리다고 했다.
구조현장에서 바라본 우리사회는 어떻게 변했을까. “사회가 점점 개인화 되는 것 같아요. 혼자 사는 노인들이 제때 연락을 못해 나중에 발견되는 애석한 일이 많아졌죠. 그리고 사이렌을 울리고 가도 전보다 길을 잘 안 열어줍니다.”
정 소방장의 말대로라면 우리사회는 구조할 수 있는 사람과 장비는 늘었는데 정작 급할 때 곁에서 신고하고 도와주는 사람은 줄어가고 있다는 것.
119구조대가 앞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다 효율적으로 지키기 위해서는 일반인의 관심과 아울러 국가적 지원도 더욱 확대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인적자원과 장비의 질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규모 측면에서 여전히 열세에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가 취재한 내용을 다 밝힐 순 없어도 119구조대의 고난한 삶과 힘든 하루를 느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하루 12시간의 근무를 같이 하지 못하고 오후 4시쯤 취재를 끝냈다. 이들의 노고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아직은 부족해 보였다. 사회적 인식도 선진국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3명의 대원이 1개팀을 이뤄 거제 전 지역을 관할한다는 게 다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더욱 기막힌 현실은 점심시간은 근무시간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이다. 구조대에 대한 인원보강이 절실한 이유다.
거제소방서 2층으로 가는 계단 한 쪽에는 “아무리 강력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중략) 제가 최선을 다 할 수 있게 하시어 저희 모든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지키게 하여 주소서”라는 문구의 ‘소방관의 기도’가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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