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봉 코너]거제시는 철도를 기다릴 자격이 있는가
윤석봉 / 이학박사, 전 동의대 교수
작성 : 2026년 09월 09일(수) 11:03 가+가-

경상남도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으로서 경상남도의 2027년도 균형발전단 주요업무계획 검토를 마친 뒤, 나는 한동안 서명을 하지 못했다.
부끄러웠다. 거제 사람으로서, 그리고 이 계획을 검토해야 하는 위원으로서. 왜 내가 위원을 해야하는지.
지워진 도시, 거제
계획서는 명확했다. 남부내륙철도 개통(2031년 12월 목표)에 대비한 역세권 성장거점 — 통영 1,783억 원, 고성 1,225억 원, 합천 1,250억 원. 용역 일정, 투자선도지구 지정 절차, 관계기관 협의 시기까지 빼곡했다.
그런데 이 문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뒤져도 '거제'라는 두 글자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철도 노선의 종착역이다. 차량기지가 들어서는 곳이다. 156만㎡(약 50만 평), 노선 전체에서 가장 큰 역세권이다. 그런데 도의 균형발전 지도에는 없다. 이것은 도의 차별 이전에, 거제시 행정이 스스로 올려놓은 것이 없다는 뜻이다. 계획서는 원래 준비한 자의 것만 적어준다.
옆 동네는 따냈고, 거제는 잤다
사실관계는 잔인할 만큼 선명하다.
통영고성역세권은 이미 투자선도지구에 선정됐다. 2022년2025년 지역개발사업 공모에서 따낸 것이다.
국비, 규제특례, 조세·부담금 감면 — 인센티브가 통째로 따라붙는 자리다. 지금 통영고성은 지정 승인 절차를 밟으며 국토부 신청까지 일정을 잡아놨다.
기회발전특구는 어떤가. 경남에 배정된 상한 면적 660만㎡(200만 평)은 고성·통영·창원·밀양·창녕·하동, 여섯 곳으로 이미 가득 찼다.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심장 거제는 — 한 평도 없다. 참여 기업조차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 지역 언론의 평가다.
거제시의회가 "역세권을 투자선도지구로, 가덕도신공항 배후 에어시티를 기회발전특구로 지정하라"며 결의까지 했는데도, 집행부는 무엇을 했는가.
통영·고성은 역세권 지원과 특구, 두 개를 모두 챙겼다. 거제는 제로. 이것은 불운이 아니라 무능이다. 공모는 준비된 지역을 고르고, 특구는 앵커기업을 설득한 지역에 간다. 거제는 둘 다 하지 않았다.
거제시 행정에 묻는다
시장과 집행부에 공개적으로 묻는다.
첫째, 도의 역세권 지원 체계와 공모 대응 회의에 거제시가 편입을 요구한 공문이 한 건이라도 있는가. 둘째, 특구 신청을 위해 조선소와 협력업체를 설득할 전담 조직을 단 한 번이라도 꾸린 적이 있는가. 셋째, 50만 평 역세권에 무엇을 채울지 수요 검증과 민간투자 유치 로드맵 문서가 실재하는가.
답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직무유기다. 진주 초전신도심을 보라. 분양 공고 1년이 지나도록 20필지 중 공공기관 2필지뿐, 민간 분양 실적은 제로다. "일단 만들면 온다"는 안일한 행정의 결말이 무엇인지, 이웃 도시가 세금으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거제가 그 전철을 밟는다면 50만 평은 자산이 아니라 시민에게 돌려줄 수 없는 빚이 된다.
늦었지만 아직 문은 열려 있다
특구 상한이 200만 평에서 300만 평으로 확대된다. 남은 100만 평이 마지막 기회다.
나는 검토의견서에 거제역세권의 지원체계 편입, 특구 확대분의 미지정 시군 우선 배분 원칙을 공식 제안으로 올렸다. 위원의 몫은 여기까지다.
나머지는 시의 몫이고, 시민의 몫이다. 시민 여러분, 시정질문에서 물어 주시라. 간담회에서 따지시라. "우리 역세권은 누가, 언제까지, 무엇으로 채우는가"라고. 행정은 시민이 묻는 만큼만 움직인다. 침묵하는 시민에게 준비하는 행정은 없었다. 행정의 하수인이 되지 마라. 행정의 주인은 시민이다.
철도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2031년 겨울, KTX는 약속대로 사등면에 멈춰 설 것이다. 그날 승강장에 내린 사람들이 마주할 것이 성장거점인지, 잡초가 무성한 50만 평의 허허벌판인지는 — 지금 이 순간 거제시청이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60년을 기다린 철도다. 준비 없이 맞이한 5년은, 거제시 행정이 시민에게 갚을 수 없는 죄가 될 것이다. 부끄러움은 내가 가져가겠다. 책임은 시가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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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웠다. 거제 사람으로서, 그리고 이 계획을 검토해야 하는 위원으로서. 왜 내가 위원을 해야하는지.
지워진 도시, 거제
계획서는 명확했다. 남부내륙철도 개통(2031년 12월 목표)에 대비한 역세권 성장거점 — 통영 1,783억 원, 고성 1,225억 원, 합천 1,250억 원. 용역 일정, 투자선도지구 지정 절차, 관계기관 협의 시기까지 빼곡했다.
그런데 이 문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뒤져도 '거제'라는 두 글자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철도 노선의 종착역이다. 차량기지가 들어서는 곳이다. 156만㎡(약 50만 평), 노선 전체에서 가장 큰 역세권이다. 그런데 도의 균형발전 지도에는 없다. 이것은 도의 차별 이전에, 거제시 행정이 스스로 올려놓은 것이 없다는 뜻이다. 계획서는 원래 준비한 자의 것만 적어준다.
옆 동네는 따냈고, 거제는 잤다
사실관계는 잔인할 만큼 선명하다.
통영고성역세권은 이미 투자선도지구에 선정됐다. 2022년2025년 지역개발사업 공모에서 따낸 것이다.
국비, 규제특례, 조세·부담금 감면 — 인센티브가 통째로 따라붙는 자리다. 지금 통영고성은 지정 승인 절차를 밟으며 국토부 신청까지 일정을 잡아놨다.
기회발전특구는 어떤가. 경남에 배정된 상한 면적 660만㎡(200만 평)은 고성·통영·창원·밀양·창녕·하동, 여섯 곳으로 이미 가득 찼다.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심장 거제는 — 한 평도 없다. 참여 기업조차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 지역 언론의 평가다.
거제시의회가 "역세권을 투자선도지구로, 가덕도신공항 배후 에어시티를 기회발전특구로 지정하라"며 결의까지 했는데도, 집행부는 무엇을 했는가.
통영·고성은 역세권 지원과 특구, 두 개를 모두 챙겼다. 거제는 제로. 이것은 불운이 아니라 무능이다. 공모는 준비된 지역을 고르고, 특구는 앵커기업을 설득한 지역에 간다. 거제는 둘 다 하지 않았다.
거제시 행정에 묻는다
시장과 집행부에 공개적으로 묻는다.
첫째, 도의 역세권 지원 체계와 공모 대응 회의에 거제시가 편입을 요구한 공문이 한 건이라도 있는가. 둘째, 특구 신청을 위해 조선소와 협력업체를 설득할 전담 조직을 단 한 번이라도 꾸린 적이 있는가. 셋째, 50만 평 역세권에 무엇을 채울지 수요 검증과 민간투자 유치 로드맵 문서가 실재하는가.
답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직무유기다. 진주 초전신도심을 보라. 분양 공고 1년이 지나도록 20필지 중 공공기관 2필지뿐, 민간 분양 실적은 제로다. "일단 만들면 온다"는 안일한 행정의 결말이 무엇인지, 이웃 도시가 세금으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거제가 그 전철을 밟는다면 50만 평은 자산이 아니라 시민에게 돌려줄 수 없는 빚이 된다.
늦었지만 아직 문은 열려 있다
특구 상한이 200만 평에서 300만 평으로 확대된다. 남은 100만 평이 마지막 기회다.
나는 검토의견서에 거제역세권의 지원체계 편입, 특구 확대분의 미지정 시군 우선 배분 원칙을 공식 제안으로 올렸다. 위원의 몫은 여기까지다.
나머지는 시의 몫이고, 시민의 몫이다. 시민 여러분, 시정질문에서 물어 주시라. 간담회에서 따지시라. "우리 역세권은 누가, 언제까지, 무엇으로 채우는가"라고. 행정은 시민이 묻는 만큼만 움직인다. 침묵하는 시민에게 준비하는 행정은 없었다. 행정의 하수인이 되지 마라. 행정의 주인은 시민이다.
철도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2031년 겨울, KTX는 약속대로 사등면에 멈춰 설 것이다. 그날 승강장에 내린 사람들이 마주할 것이 성장거점인지, 잡초가 무성한 50만 평의 허허벌판인지는 — 지금 이 순간 거제시청이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60년을 기다린 철도다. 준비 없이 맞이한 5년은, 거제시 행정이 시민에게 갚을 수 없는 죄가 될 것이다. 부끄러움은 내가 가져가겠다. 책임은 시가 져야 한다.
newsmorning@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