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라인▽
[길따라 7백리] 선비묵향 그윽한 인륜의 전당
거제향교, 조선시대 지방교육 담당
작성 : 2004년 05월 12일(수) 13:05 가+가-

거제향교는 지방교육을 담당하던 관학 교육기관으로 당시 양반 자제들을 대상으로 사서삼경, 학령, 절목 등을 가르쳤다.

자왈(子曰),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면 불역열호(不亦說乎)아? 유붕자원방래(有朋自遠方來)면 불역락호(不亦樂乎)아?

한 여름 못지않은 무더위에 시원한 바람이 분다. 바람을 타고 옛 선비들의 낭랑한 글 읽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마을 어귀로 들어서면 글 읽는 소리는 더욱 또렷해지고 은은히 묵향이 묻어온다.

소리를 쫒던 발걸음은 ‘거제향교’ 앞에 우뚝 선 솟을 삼문 앞에서 멈춘다. 굳게 잠긴 붉은 대문, 단아하게 얹혀있는 빛깔 고운 단청, 얼핏봐도 예사로운 건물이 아님을 느낄 수 있다.

거제면 서정리 마을 위쪽에 위치한 거제향교는 1664년(조선 현종 5년) 고현에서 거제현아를 거제로 옮겨오면서 함께 이건(移建)된 것으로 1885년(조선 철종 6년)에 비로소 현 위치에 건립됐다.

조선시대 지방교육을 담당하던 관학 교육기관인 거제향교는 현재 중.고교 과정에 해당되는 교육시설로 당시 양반 자제들을 대상으로 사서삼경(四書三經)을 비롯 학령(學令), 사목(事目), 절목(節目) 등을 가르쳤다.

대웅전은 공자, 맹자 등 성현의 위패를 모시고 매년 춘추향제를 올렸다.
문묘(文廟)인 대성전(大成殿)을 대지의 가장 위쪽에 배치하고 대성전을 중심으로 동-서무와 일주문을 두고 그 앞에 명륜당(明倫堂), 동-서재(東-西齋), 풍화루(風化樓) 등 10여개 동이 전학후묘(前學後廟) 형태로 배치된 거제향교는 조선후기 많은 지방도시에 건립된 전형적인 향교의 모습으로 지난 82년 경남도문화재 제206호로 지정됐다.

공자(孔子)를 비롯 증자(曾子), 맹자(孟子) 등 성현의 위패를 모시고 매년 춘추향제를 올리는 대성전은 정면 5칸 측면 3칸의 단층 맞배지붕의 1출목이익공양식 건물이다.

마루를 생략하고 전면 1칸만을 개방한 형태로 전형적인 제례공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성전은 보통 어린이 키만큼 되는 커다란 초석 위에 민흘림 형태의 원주를 세우고 귀한대를 봉두(鳳頭)와 용두(龍頭)로 장식해 매우 힘차다.

대성전 양 옆으로 배치돼 있는 동무와 서무는 조광조 송시열 등 동국 7현을 모시고 매년 두차례 춘추향사를 지낸다. 인륜을 밝히는 전당이라는 뜻을 지닌 명륜당은 유생들에게 강의를 하던 강학(講學)공간으로 현재도 유림들이 이곳에 모여 지식을 습득하고 학문을 토론하는 열린 공간으로 이용된다.

대성전은 보통 어린이 키만큼 되는 커다란 초석 위에 민흘림 형태의 원주를 세우고 귀한대를 봉두(鳳頭)와 용두(龍頭)로 장식해 매우 힘차다.
명륜당을 중심으로 나란히 배치돼 있는 동․서재는 오늘날의 기숙사로 이용되던 곳이며 가장 정면에 위치한 풍화루는 백성들의 풍습에 맞춰 교육하는 공간으로 아랫사람이 웃사람에게 감화되어 선량하게 되는 교육장이라는 뜻으로 세워졌다.

또한 제기고(祭器庫)에는 춘추향사 때 사용되는 향로와 술잔, 주발 등 놋쇠제기가 보관돼 있으며 명륜당에는 지난 4백여년간 교육용으로 사용되던 20여종 1백55권의 고서적이 소장돼 있다.

특히 세계 제2차대전 당시 일제의 놋그릇 공출에도 유림들의 항거로 보존된 놋쇠제기는 주조된지 3백여년이 훨씬 넘은 것으로 섬세하고 우아한 형태가 문화재 수준이다.

현재는 새로운 문물의 도입과 현대적인 교육기관이 들어서면서 글공부에 열중하는 유생들은 찾기 어렵고 인근 초.중.고교생들의 야외학습장으로 이용되고 있지만 선현들의 덕을 추모하고 후학을 양성하던 유생들의 당당한 그 기백만은 아직도 건물 속에 살아 숨쉬고 있다.

중앙문묘, 성균관 축소형식으로 건립

숭유(崇儒)정책을 치국(治國)의 원리로 삼았던 조선시대는 유학이 융성해 짐에따라 공자를 봉사(奉祀)하는 문묘가 서울은 물론 각도 도읍에 건축돼 일반 사회생활에 유생도덕을 강조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런 목적으로 중앙에 설치된 교육기관이 성균관이며 지방에서 관학을 담당하던 곳이 바로 향교다.

지방에 설치된 향교는 지역의 특성에 따라 전학후묘(前學後廟)와 전묘후학(前廟後學) 등 배치에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중앙의 문묘인 성균관(成均館)을 축소한 형식으로 건립됐다.

강학공간인 명륜당을 앞에 두고 제례공간인 대성전을 뒤쪽으로 배치한 형태를 전학후묘형이라 하고 반대로 대성전을 앞에 두고 명륜당을 뒤쪽으로 배치한 것을 전묘후학형이라 한다.

거제향교는 중소 도시에 주로 사용되던 전학후묘 형태로 대지의 경사를 이용해 공자의 위패를 모신 대성전을 일반 강학공간에 비해 뒤쪽으로 배치해 보다 위엄있게 보이려고 했던 것으로 자연을 이용한 선조들의 지혜가 돋보인다.

거제향교 기사는 권세영 전문기자(건축계획학 석사)가 지난 99년 새거제신문에 소개한 바 있으며 새거제신문사의 양해 아래 게재한다. 거제질청의 최근 모습은 윤광룡 기자가 카메라에 담았다.
윤광룡 기자 ykyong@morningnews.or.kr 기사 더보기
많이 본 뉴스

정치의회

자치행정

조선경제

문화예술

이슈/기획

우리동네

길따라칠백리

“웨딩의 꿈, 거제 지심도에서 이루세요”

경남도(도지사 박완수)는 ‘자연과 함께하는 웨딩·휴양섬’ 거제 지심도에서 리마인드 결혼식을 올리며 특별한 순…

  1. [구성옥의 산행일기] 느재고개
  2. 눈호강 입호강, 상춘객 사로잡을 거제 봄꽃 나들…
  3. [구성옥의 산행일기] 장기 바위

일상에서

[윤석봉 코너] “내 마음에 내가 속지 않는 것…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풍요로운 가을 문턱에 접어든 요즈음, 대한불교천태종 장흥사(주지 세운 스님)에서는 한 …

  1. [구성옥의 산행일기] 동틀 무렵
  2. [봄이 오는 길목] 까치집
  3. [산행일기] 숲 속의 벤치

기사 목록

모닝뉴스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