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거제시가 사등면 사곡리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천연가스(LNG) 저장소 건축을 승인한 것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거제시는 지난 7일 경남에너지(주)가 사등면 사곡리 산 42의1 외 3필지 3천3백68평에 건립하겠다며 제출한 위험물저장 및 처리시설(가스공급시설)을 허가했다.

연면적 3백98평에 건축면적 2백59평의 지상 3층 규모의 시설에는 경남에너지 거제천연가스 관리소와 가스공급시설 탱크 15기가 들어선다고 한다. 그러나 가스저장소 허가 승인과 관련해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심상찮다.
삶의 터전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는데다 행정의 힘에 밀려 늘 손해만 봤다는 것이 주민들의 반발 이유다.

시는 20만 인구 전체를 위해 쓰레기 매립장과 위생처리장을 사곡리에 설치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그때만 해도 반발을 했지만 시의 끈질긴 설득과 도시계획지구에 포함시켜 개발이 가능토록 해주겠다던 약속에 마음을 가라앉혀 왔었다.

이제 주민들은 시에 더 이상 속을 수 없다며 현재 허가부지 인근에 컨테이너 박스를 설치하고 굴삭기까지 동원해 공사 결사저지에 나서고 있어 거제의 도시가스공급소 설치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민원에 부딪혀 도시가스 공급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민들이 바라보는 행정에 대한 불신감도 커지고 있다. 덩달아 가스저장소 설치 장소에 대한 시의 위치선정 문제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많다.

아니 분명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 더 확실한 표현이어서 이 문제가 사곡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닌 시민 전체의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다.
인근 사곡리 주민들의 반발도 충분히 이해가지만 그보다 위치 선정에 대한 문제는 관광거제의 이미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가스저장소가 허가난 곳은 거제시의 관문중의 관문인 사곡삼거리와 신현읍의 사이인 장평고개 바로 아래부분(사등방면)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거제-통영을 통하는 국도 14호선 바로 인접한 곳으로 차량통행이 가장 많은 곳이다.

이곳에 가스저장소가 설치되면 거제를 찾아오는 관광객 대부분이 한번쯤은 이곳 가스저장소를 보고 지나치게 될 것이다. 일본 등 외국 선진국의 경우 도심지 한 복판에다 도시가스 저장소를 세울 정도로 안전하고 냄새도 전혀 나지 않는다고 시는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석연찮은 구석이 너무 많다.

일본이나 선진국들의 국민의식 수준과 우리의 의식수준, 아니 가스시설에 대한 인식자체는 판이하게 다를 수 밖에 없다. 특히 거제시는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독특할 정도로 해양관광도시 건설에 전 행정력을 쏟고 있는 곳이다.
이 때문에 도시계획도 관광도시에 걸맞게 계획과 변경을 거쳐가며 머리를 동여맨체 골똘히 짜 나가고 있다. 이같은 관광도시에 육안에 훤히 드러나는 국도변의 가스저장소는 옳지 않다.

아무리 LNG가 LPG보다 가벼워 가라앉지 않고 공중으로 분해돼 안전하고 냄새가 나지않는다고는 하지만 홍보가 제대로 안된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바르게 인식될 지 의문이다.
결국 아직까지 우리 국민들은 가스시설에 대한 무서운 선입감을 갖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일을 왜 거제시가 앞장서서 서두르는지 모를 일이다.

시야에 드러나지 않는 인근 야산으로 더 멀리 떨어진 곳에 저장소를 옮겨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
거제시의 경우 예산문제가 걸림돌이 되는것도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용 전체를 경남에너지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허가 장소를 벗어날 경우 수십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추가 소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다보니 경남에너지측은 행정에 끈질긴 로비 아닌 로비를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국가스공사 통영생산기지(안정)로부터 LNG를 탱크로리로 운송해 온후 이곳 저장소에 저장할때까지 모든 과정이 육안에 드러난다고 생각해 보자.
아무리 잘 정돈된 가스저장소라 할지라도 결코 관광거제에 도움이 되는 소요는 아닐 것이다. 도시가스는 오는 9월부터 신현읍 상동리의 대동피렌체 아파트를 비롯, 신현읍 5천여 세대를 시작으로 오는 2010년까지 장승포지역까지 확대된다.
이 경우 에너지 비용 절약으로 각 가정마다 가계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국도변의 저장소 설치에서 얻는 가계이익보다는 불안을 느낄 수 있어 시 전체가 잃을 수 있는 손해는 수십, 수백배에 달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시는 자신이 있다면 도심지에 있는 선진 LNG 시설에 대한 설명과 안정성에 대한 뚜렷하고도 명확한 답변으로 사곡 주민들은 물론 모든 시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시는 당초 사곡만에 자리잡은 성내 조선기자재 공단과 아파트가 법상 하자가 없다는 이유로 허가를 내준 후 문제가 돼 있는 현재 상태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덩달아 사곡만은 해수욕장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상태에서 국도변 인접한 곳에 가스저장소를 허가한 것은 뭔가 석연찮은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차라리 도시공급 시기가 1년이 늦어지더라도 시민들과 사곡 주민들이 바라는 알맞은 장소에 가스저장소를 옮겨 설치하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볼 일이다.
또 시는 가스저장소 허가를 내준 이곳 사곡만에 왜 해수욕장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문경춘 칼럼위원 munga@morningnews.or.kr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