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시가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거제시도시계획조례가 부조리한 조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거제시는 현재 20도 이하의 산지경사도 조례를 20도 이상이더라도 시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승인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개정안을 시의회에 상정해 의회가 이 안건을 다루고 있다.

일부 법률전문가들은 거제시도시계획조례 18조 개정안이 평등이 아닌 불평등을 재량권으로 합법화 하려는 조례라고 지적했다.

개정조례안이 조례운영과정에서 동종 민원인에게 서로 다른 행정처분으로 상대적 상실감을 조장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 포함되었다는 이유에서다.

부조리(不條理)는 불합리·배리(背理)·모순·불가해(不可解) 등 이치에 맞지 아니하거나 도리에 어긋남. 또는 그런 일들을 통칭해서 이르는 말이다.

거제시는 개발행위에 따른 산지경사도를 20도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모법(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서 정한 산지경사도 25도 이내(산지관리법)에서 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할 수 있다는 근거에 따랐다.

거제시가 산지경사도를 20도 이하로 제한한 것은 도시개발에 의한 난개발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취지다.

거제시민단체가 밝힌 것처럼 산지 경사도를 현행 20도 이하로 할 경우, 거제시의 가용 면적비율은 49%이다. 이 상태로도 섬의 절반을 개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시민단체는 산지경사도를 21도 이하로 제한한 양산시는 41%이고 25도인 남해군이 46%라는 점에서 거제시의 산지경사도 20도 제한을 완화시킬 만한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거제시는 지난 22일 이 개정안과 관련한 입장을 보도자료 형식으로 발표했다.

보도문에는 “아주 조심스럽게 난개발 예방을 위해 경사도 기준을 강화하는 시책이 바람직하지 않은지 신중하게 검토 중” 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만약 거제시가 경사도 기준을 강화하는 시책을 검토 중이라면 20도 이하로 제한하되 ‘25조 규정에 의한 개발행위를 허가하는 경우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는 18조 2항을 삭제해야 한다.

그런데 거제시는 보도문과 반대로 25조 규정에 의해 개발행위를 허가하는 경우에 적용하지 않는다는 제한적인 18조 2항의 단서를 ‘시가 필요할 경우 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승인할 수 있다’ 는 조례개정안을 시의회에 상정한 것이다.

이 조례안은 산지경사도 20도 이상의 개발행위 여부를 심의위의 재량에 맡기는 결과를 초래한다. 심의를 통과하면 개발이 가능하고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불가능해지게 되는 합법한 모순(부조리)을 낳게 된다.

입법권자가 모법에 근거해 조례를 재.개정하는 것은 상위법에 저촉되지 않으며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 다만 같은 민원도 도시계획심의위원회의 결과에 따라 허가 불허가로 행정처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처분권자(시장)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는 있다.

조례운용 과정에서 예상되는 부작용만으로 부조리한 조례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조례개정안을 통해 거제시가 시민들에게 산지경사도 문제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그 속 내를 드러냈다는 사실이다.

이 조례가 부조리한 조례라고 판단될 경우라면 지금이라도 의회는 이 조례안을 부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