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과 ‘을’의 정치서열을 깔끔하게 뒤집는 전(錢)의 기술이 거제정가에서 선보였다.

정치인의 발목잡기는 하이에나 처럼 이권개입이나 청탁 또는 불분명한 금전관계, 가족이나 친인척비리 등과 같이 상대의 숨겨진 약점을 노리고 덤비는 것이 주다.

그러나 모든 것이 전(錢)의 위력에 비하면 조족지혈, 잔기술에 불과했다.

전(錢)의 힘은 정치적 갑 을 관계를 순식간에 역전시켰다.

거제시의회 의장단 선거가 끝난 무렵, 한 유력정치인 A씨, 어려웠던 시절 구멍 난 뒤주를 메꿔 준 은인에게 대놓고 망신을 줬다가 자업자득, 고약한 일이 터졌다.

개구리 올챙이 적 기억못한다고 했든가.

수 억원의 돈을 빌렸다가 10여년이 넘도록 꿀 먹은 벙어리로 지냈던 이 가난한 정치인, 공적인 자리에서 정치적 서열관계를 확인하려다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

체급까지 다른 선출직 공직자에게 서열은 무슨, 사건은 ‘살쾡이에게 콧등 제대로 긁힌 호피무늬 아저씨(?)’ 이야기로 둔갑하면서 소주방 안주거리가 되고 있다.

권불십년, 이일은 갈 길 다른 정치판에서 전(錢)의 파워를 세삼 각인시킬 사건이 되고 있다. 정승반열로 대접받으며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정치인의 위세는 옛말, 정치에서 등 돌린 시민의 평가는 냉정하다.

지나가는 소도 고개를 돌리고 웃을 판이라는 말에 안스럽기까지 하다.

지난 2000년 총선이 있었던 해 지역의 유력정치인이 한 여인으로부터 빌린 2억여원의 돈. 남편이 최근 이 유력 정치인으로부터 공적인 자리에서 굴종을 강요당하는, 모욕감을 주는 말을 들은 일이 발단이 됐다는 소문이다.

발끈한 그녀는 ‘일부종사’, 지아비의 일을 묵과하지 않았고 가슴에 품고 있던 내관의 안전핀을 뽑았다.

이제 돈을 돌려줘야겠다는 그녀의 말은 효과가 즉시 나타났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기는 커 녕 아차 싶은 한마디에 10년 만에 이리 저리 둘러 이자까지 합 한 3억4000여만원을 급하게 변제했다.

급기야 시중에는 두 사람이 이자계산을 두고 시비가 이어졌다는 소문까지 났지만 최근 수습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소식이다.

시중에는 이 일을 정치자금법, 재산신고누락여부, 돈의 출처 등을 두고 온갖 의혹과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지역정가에서는 언제쯤 이 일의 진위를 알게 될까 귀를 세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