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김기춘 비서실장의 국회운영위 출석 지시를 거부하고 사의를 표명한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

김영한 수석이 김기춘 실장의 지시를 어기고 사표를 쓴 행위자체는 항명이다.

말을 아끼던 김 수석이 한 신문사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신은 항명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으로서 정치적 공세(국회출석)에 이용당하지 않고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대통령의 업무를 보좌하는 위치에서 그의 말을 존중한다면 국회의 권능(?)을 훼손시켰을지는 모르나 조직에 대한 단순항명으로 보기는 어렵다.

김 수석은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문건 유출 사건 이후 보임(補任)하여 사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의 출석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는 것은 말 그대로 정치 공세"라고 했다.

김 수석은 작년 6월 민정수석에 임명됐고 문건 유출은 모두 전임자 시절에 이뤄진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바 있다.

아울러 수사·재판 중인 사건 등 현안 업무와 관련해 민정수석이 국회 운영위에 출석한 적이 없다는 관행도 이유로 내세웠다.

정가에서는 김기춘 비서실장과의 불화설 등 여러 가지 소문들이 항명이유인 것처럼 보태지고 있다.

김 수석은 조직의 위계와 규율을 중시하는 공안(公安) 검사 출신이다. 자신의 행위가 항명(抗命)이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잘 아는 위치다.

김 수석이 국회 운영위에 출석하지 않고 사의를 표명한 일은 그의 말처럼 자신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찾은 유일한 해법이었을 수도 있다.

단 김 수석의 항명이 비서실의 원칙(?)을 지키기 위한 배수진으로는 미력해보인다는 점이다. 국회의 파상공세를 피할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아보여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