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조합장이 술집에서 돈이 든 것으로 보이는 흰 봉투를 건 냈고 공무원 B씨가 받아 안주머니에 넣는 것을 봤다.”

공동주택 허가편의를 조건으로 건축업자로부터 1000여만원을 뇌물로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거제시청 간부공무원 B씨와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합장 형제 A, C씨 등이 출석한 가운데 이들에 대한 법원의 3차 공판이 지난 7일 창원지법 통영지원에서 열렸다.

이날 재판에는 다른 사건으로 구속 수감 중인 건설업자 E씨(48)가 검찰 측이 요청한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초 4시 30분 예정됐던 공판은 먼저 진행 중인 재판 지연으로 오후 5시를 넘겨 시작됐다.

김성원 제3형사단독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은 4명의 증인이 채택됐으나 E씨에 대한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의 공방으로 나머지 3명은 다음기일로 연기됐다.

증인심문은 오후 8시가 되어서야 종료됐다.

이날 공판은 구속된 공무원 B씨의 보석에도 영향을 미쳤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엇갈렸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나머지 증인심문이 끝날때까지 판단을 유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변호인 측은 고현지역 모 주점에서 건설업자 E씨를 대신해 뇌물이 든 것으로 보이는 봉투를 A조합장이 공무원 B씨에게 건네는 것을 목격했다는 E씨의 검찰 측 진술의 진실성 여부에 초점을 두고 변론을 펼쳤다.

뇌물 전달하는 장면 목격했나

이날 증인심문에서는 같은 자리에 동석했던 건설업자 E씨가 A조합장이 공무원 B씨에게 뇌물을 전달하는 것을 목격했는가가 주요 쟁점이 됐다.

건설업자 E씨는 룸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A조합장이 공무원 B씨에게 흰 봉투를 건내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했다. 그 봉투에 돈이 들어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것이 돈일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배경도 설명했다.

C씨가 건설업자 E씨의 사업허가 편의를 받기 위해 자신의 형인 A조합장을 통해 공무원 B씨에게 10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에 내가 돈이 없다고 하자 일주일 후에 값기로 하고 대신 C가 돈을 마련해 전달하기로 했다. 그래서 그것이 돈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후에 C로부터 돈이 잘 전달됐다는 말도 들었고 돈을 값기로 한 날 제때 값지 못하자 수차례 독촉까지 받았다. 공동대표들도 독촉전화를 받았다. 그래서 그 봉투가 뇌물인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변호인 측은 조합장 A씨와 C씨가 E씨를 대신해 돈을 전달할 이유가 없다고 추궁하자 E씨는 C씨가 자신이 추진 중인 아파트 사업이 인가날 경우 신탁회사를 끌어오는 조건으로 수수료를 제공하고 또 아파트 공사에 사용될 철강제품 공급에도 관여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뇌물을 전달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사업인가가 몇 차례 보완이 내려오다보니 C씨가 자신에게 먼저 제안했고 나는 혼자결정하기 어려워 공동대표와 상의까지 했다고 증언했다.

뇌물이 제공됐을 것이라는 추측만 있고 물증은 없는 상태다. 이날 공판을 지켜본 A조합장은 허무맹랑하고 터무니 없는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공무원 B씨는 공판 내내 입을 굳게 다물고 증인심문을 지켜봤다. 다음 재판은 21일 오후 3시 30분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