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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주고 싶은 것
작성 : 2013년 02월 04일(월) 12:16 가+가-

땅 地
안도현


내게 땅이 있다면
거기에 나팔꽃을 심으리.
때가 오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보랏빛 나팔꽃 소리가
내 귀를 즐겁게 하리.
하늘 속으로 덩굴이 애쓰며 손을 내미는 것도
날마다 눈물 젖은 눈으로 바라보리.
내게 땅이 있다면
내 아들에게는 한 평도 물려주지 않으리.
다만 나팔꽃이 피었다 진 자리에
동그랗게 맺힌 꽃씨를 모아
아직 터지지 않은 세계를 주리.


우리가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어하는 건 무얼까.

물려줄 수 있는 땅은 얼마나 될까. 내가 가진 땅을 한 평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말하는 아버지를 자식은 어떻게 생각할까.

내게 땅이 있다면 거기 나팔꽃을 심고, 나팔꽃 꽃씨를 모아 아직 터지지 않은 세계를 주고 싶어하는 아버지는 자식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은 것일까.

더 큰 것을 주는 것이리라.

아름다운 씨앗의 세계, 가능성의 세계, 물질적인 부함보다 더 소중한 것이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값진 것을 물려주는 것이리라.

진영세 칼럼위원 기사 더보기

jin03@morning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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