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라인▽
고 이창호씨 사위와 딸 돌산을 테마공원으로
외도의 기적 이번엔 충남 아산에서 '피나클랜드'
작성 : 2006년 09월 06일(수) 11:38 가+가-
외도의 기적을 일군 고 이창호 최호숙 부부의 사위와 딸의 이야기가 지난달 31일 ‘한국일보’에 소개됐다. 딸과 사위는 폐 채석장을 꾸미는 일은 사오정 시대에 정년없는 직장이 될 것이라고 꼬드기는(?) 장모의 권유 때문에 10년을 바쳤다고 한다.

이제는 제법 사람들이 찾기 시작하는 아산의 새로운 명소가 됐다는데... 피나클랜드를 소개한 ‘한국일보’ 보도내용이다. 이들이 만든 피나클랜드 홈페이지를 둘러보면 아직은 미완성임을 게시판 방문객들의 글들에서 느낄 수 있다.

[한국일보]=이른 아침 눈을 뜨면 새들이 지저귀는 아름다운 정원에서 바이올린 소리 은은한 집시음악을 들으며 새날을 맞는 부부가 있다. 그 시간 만큼은 왕이 부럽지 않다는 그들이다. 조금 후면 손님 맞으랴, 땅을 갈고, 풀을 뜯고, 음식을 나르는 허드렛일에 진땀을 빼야겠지만.

충남 아산시 아산방조제 인근에 새로 문을 연 테마공원 ‘피나클랜드(www.pinnacleland.net) ’의 주인인 박건상(47), 이상민(42)씨 부부 이야기다. 피나클랜드는 아산방조제에 쏟아 부은 돌을 캐느라 파헤쳐진 돌산 자락을 푸른 잔디밭과 연못, 꽃밭에 아기자기한 조형물로 꿈속의 공간을 꾸며놓은 곳이다. 장마가 한창이던 7월말 소리소문 없이 개장했다. 좋은 사진 퍼나르는 인터넷 블로그에 힘입어 이젠 제법 사람들이 찾기 시작한 아산의 새로운 명소다.

박씨 부부는 연간 100만 명이 찾는다는 관광명소, 경남 거제의 외딴섬 ‘외도해상농원’의 주인인 최호숙(71)씨의 사위이고 딸이다. 해서 사람들은 ‘외도’의 큰사위와 맏딸이 아산에 외도를 흉내낸 공원 하나 만들었다고 쉽게 단정짓고 만다. 박씨 부부의 가장 큰 고민이 이 부분이다. 가족으로 외도를 경험했기에 이런 공원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만의 개성으로 새롭게 조성한 공원이란 걸 인정 받지 못할까 걱정한다. 부부가 피나클랜드에 쏟아 부은 10년의 시간과 땀의 흔적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무역업을 하면서 처가의 외도 일을 돕던 박씨가 피나클랜드에 뛰어든 것은 장인 장모의 권유 때문이다. 또 다른 ‘외도의 기적’을 큰딸 내외가 이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러나 박씨는 내키지 않았다. 장인 장모는 폐 채석장을 ‘오지에서 천국’으로 만드는 게 의미 있지 않느냐며 부추겼고, ‘사오정’ 시대에 정년 없는 이런 직장도 없을 것이라며 꼬드겼다.

사위는 조금 귀가 솔깃해졌지만 딸인 이씨는 완강히 반대했다. 30년 이상 부모가 어떻게 외도를 가꿔왔는지를 바로 옆에서 보고 자랐는데, 눈에 보이는 그 고생을 고스란히 떠안을 마음이 없었다. 공원을 꾸민다는 게 주인이라고 멀리서 지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알기 때문이다. 인부들 보다 먼저 땅을 파야 하고, 인부들 보다 더 많이 꽃을 심어야 하는 고된 노동의 과정이란 걸 알고 있다. 이씨는 “돈이 없어도 못하지만 돈 가지고도 못하는 사업이 이 일”이라고 했다.

부모의 설득은 끈질겼고 남편도 이미 마음이 많이 넘어간 상황. “어릴 때는 부모가 ‘노가다’를 시키더니, 이젠 남편까지 ‘노가다’로 내몬다”던 이씨도 결국 고집을 꺾었다. 피나클랜드 조성의 첫 장벽은 진입로 확보 문제. ‘외도’의 돈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주변 땅값이 치솟았다. 사업이 시작부터 좌초될 위기였다. 이씨는 하늘에게 물었다. “진입로가 확보된다면 당신의 뜻이라 여기고 이곳에서 썩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 주민 한 분이 좋은 일 하는데 막을 수 없다며 길이 지나갈 밭 한 뙈기를 싼 가격에 넘겨줬다. “이젠 어쩔 수없이 이 길을 가야 하는구나.” 이씨도 적극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싸움의 연속이었다. 어머니 최씨도 최근 출간한 책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섬, 외도’에서 ‘섬 전체가 전쟁터다. 우리 부부는 외도의 구석구석을 함께 걸으며 싸우곤 했다. 미워서 싸운 게 아니라 일 때문에 서로의 생각이 달라 싸웠다. ‘향토예비군의 노래’ 가사처럼 일하며 싸우고 싸우며 일했다’고 적고있다.

조경이란 게 정답이 없다 보니 부부는 사사건건 부딪쳤다. 그렇게 투닥투닥 부딪는 의견들이 조절되면서 공원은 제 모습을 갖춰나갔다.

박씨 부부의 최대 고민은 외도와는 달라야 한다는 것. 유명 탤런트의 자식 중 부모 이상의 탤런트 나기 힘들 듯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마냥 따라가서는 반드시 실패할 것을 알기에 피나클랜드 만의 독특함을 찾고자 고심했다.

외도가 보는 곳이라면 이곳은 쉬는 곳으로 방향을 잡았다. ‘빛과 물, 바람’을 주제로 가족이 와서 편안히 하루를 보내고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외도 자식들이 했다는데 이 정도인가’라며 부모 욕먹게는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조형물 하나 놓는데도 고심 또 고심을 했다.

일본의 유명 미술가 신구 스스무의 작품을 삼고초려 공들여 들여와 공원의 랜드마크로 삼았다. 박씨는 바람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는 이 ‘태양의 인사’라는 작품이 공원의 품격을 위한 자존심이라고 했다.

박씨 부부는 “이제 시작이다. 부족한 게 많다. 그 빈 공간을 여러분 가족의 행복으로 채워달라”며 공원으로 초대했다.
모닝뉴스 기자 webmaster@morningnews.or.kr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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